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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하고 매일 이사합니다 - 움직이는 행복, 밴 라이프
하지희 지음, 사무엘 주드 사진 / 웨일북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정주생활형 동물이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농경사회가 시작된지는 만여년 전부터로
수십만년의 인류 역사중 일부분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본성은 정착형보다는 이동형에 더 가까울지 모르겠다.
프랑스에서 만난 두 사람이 각자 직장생활중 느낀 무력감, 한계를 벗어나보고자 밴 라이프를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럭셔리한 밴을 타고 로망 넘치는 유럽에서, YOLO 를 외치며 이곳 저곳을 인스타그램 포스팅하듯 여행다닌 이야기였다면 그냥 그랬을 것 같다.
여행기 혹은 에세이 같은 글들은 특히 유사한 소재를 다뤘더라도 글쓴이가 어떤 고민을 했고 무엇을 어떻게 느꼈는지에 따라 전달되는 메세지의 퀄리티와 울림이 천차만별인데, 나름 인상적이었던 포인트를 몇가지 짚어봤다.
일시적일지 평생일지는 살아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잖아? 집을 사서 정착한다고 해도 그게 영원하리란 보장도 없고. 우리도 그 사람들처럼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보자, 밴 라이프
우리 모두는 원하는 삶을 가지고 있지만 무작정 그 속으로 Jump 하지는 않는다. 다 나름 이유가 있다. 대부분은 안정적인 방식과 방향으로 삶의 중심을 옮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작 그 안정이라 부르는 매트리스 같은 공간이 본인이 원하는 것인지, 몸에 적합한 것인지는 잘 모른다. 그리고 변화를 누구보다도 갈망하지만 막상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변화를 주저한다. 보통 한 인간의 스토리는 이 분기점에서 크게 갈린다. 그리고 남의 이런 시점을 보는 것은 흥미진진한데 사람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필요한 물건 대부분은 있으면 편리해지는 게 확실하다.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되면 새로 들이기도 하지만, 없다 해도 살아진다. 그걸 깨닫게 되면 물건이나 시설보다 우리의 능력에 더 의지하는 계기가 생긴다. 밴에서 살게 되면서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의외로 적응에 강한 동물이다... 하나쯤 없이 살아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지금 우리는, 살면서 스스로를 가장 대견하다고 느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그걸 깨닫게 되면 물건이나 시설보다 우리의 능력에 더 의지하는 계기가 생긴다. 밴에서 살게 되면서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의외로 적응에 강한 동물이다... 하나쯤 없이 살아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지금 우리는, 살면서 스스로를 가장 대견하다고 느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밴라이프에서 미니멀리즘은 필수. 소비하는 이유, 목적, 그리고 혜택을 생각하게 되니 소비를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 소비의 본질과 가치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인간의 창의력과 숨겨진 능력은 풍부한 자원이나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발휘된다기 보다는 한계와 제약이 있어야 십분 발휘되는 거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우리의 집이 변했다. 그다음엔 삶의 방식이 바뀌었고 관심사가 달라졌다. 각자 자기만의 세계로 나가면서 지인과의 대화가 예전처럼 이어지기 힘들어졌다. 대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알고 싶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주제에 대해서 활기 넘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여행하면서 평생 만나보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할 기회도 얻었다.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 대화의 순간 하나하나만으로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무치게 깨닫는 것이다. 우리의 밴, 우리의 집은 우릴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사는 곳이 변하고 만나는 사람이 바뀌니 저자도 변하기 시작한다. 정주형 생활에서 유목형 생활을 선택하면서 얻게 된 긍정적인 변화는 평소에 갖고 있었던 삶의 가치가 외향적인 것들에서 본인 내면과 자신을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다. 자신과 서로에게 좀더 집중하게 되고, 감사하게 되고, 무언가가 부족하거나 모자르다면 있는대로 대처하거나 살 수 있는 여유로움과 융통성도 얻고, 뭐든 잘 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잘 배울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저자는 꼭 밴 라이프가 아니어도 다른 인생을 살았어도 동반자와 성장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했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지고 후회하더라도 원망하지 않고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밴 라이프는 애초에 Growth mindset 을 가진 사람의 마인드를 더 확실히 증폭시켜준 수단이었을 뿐이다.
#에세이 #가끔여행하고매일이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