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 광기의 일기
백민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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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 대해서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어째서 쿠바인가?' '어째서 두 화자가 앞뒤로 나뉘어져 있는가?' 종합. '쿠바와 분리된 화자는 무슨 관계인가?'

  퀘스천 원. 어째서 쿠바인가? 앤써 원. 그냥 백민석 작가가 쿠바에 오래 체류해서. 쿠바에 대해 에세이집도 내셨던데 굳이 소설로 또 쓰실 건 뭔지... 앤써 투. 쿠바는 낯선 동네이므로, '여기가 아닌 어떤 곳'을 꿈꾸며 새로운 경험을 찾아 헤매는 독자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다. 앤써 쓰리. 쿠바는 부유한 나라가 아니고 기간 시설이나 인터넷 환경이 열악하므로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인물을 방해하는 설정'이 가능함. 물도 없고, 구글맵도 안 되고, 경찰 치안도 약하고, 외세에 시달리고, 뭐 그래야 인물에게 적정한 한계가 생기고 이야기가 재밌어짐. 요새 작가들은 꼭 그렇게 자국보다 GDP 떨어지는 나라 가서 '자유'를 즐기며 '모험' 하더라? 앤써 포. 이게 결정적인 것 같은데, 쿠바는 혁명의 나라니까. 자본주의자들을 몰아내고 혁명을 이뤄낸 나라니까, 자본주의의 적극적 안티로서 이만한 배경이 없다.

  퀘스천 투. 어째서 두 화자가 앞뒤로 나뉘어져 있는가? 앤써 원. 제목이 교양과 광기의 일기니까. 이 제목이 이렇게 분리된 두 명이 화자를 지칭한다는 거 책을 절반은 읽고야 깨달았다. 앞면은 교양있는 사회인. 뒷면은 숨어 있는 내면의 광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같다. 앞면의 지킬은 쿠바 사회를 사진으로 찍고 저장하고 보여주고 진술하며 기록한다. 뒷면의 하이드는 단 한 명, 다나이스에게 집중한다. 내밀한 개인, 사생활, 숨어 있는 욕망, 저지르고 싶었지만 저지르지 못한 모든 무의식의 언행들. 인간의 모순됨과 표리부동함을 보여주기 위해,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재미있고 괜찮은 설정이었다. 

  퀘스천 쓰리. 쿠바와 분리된 화자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겉과 속, 밖과 안, 외면과 내면은 대한민국이든 아이슬란드든 뉴욕, 베를린, 도쿄, 아디스아바바, 두바이 어디서든 나뉘어질 수 있다. 그런데 왜? 쿠바여야 했나? 앤써 원. 그렇게 극단적으로 자본주의와 결별한 곳을 배경으로 삼아야 결국에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주인공의 나약함과 치졸함이 더 극대화되어 드러나기 때문에.
  이 소설은 재미가 괜찮다. '여기가 아닌 어떤 곳'에 대한 동경과 '자본주의가 침략하지 않는 땅' 에 대한  예찬과 '니들은 이거 모르지?' 하는 거들먹거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자를 분리해서 따로 서술한 점도 재밌었고, 작가가 전혀 감추려 하지 않고 드러내는 남근주의-백민석 씨와 따로 만나 이야기한 것이 아니므로 화자의 남근주의라고 하자-가 매력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남근주의자면서 아닌 척 하려는 게 우스운 거지. 대놓고 남근주의, 남근주의자, '아, 남근! 남근!'하며 계속 의식하고 내보이는 모습을 보면 그 솔직함에 도리어 비평적 시선이 머물지 않나. 대물 카메라로 쿠바 곳곳을 미친 듯이 찍어대고 혁명 영웅 체 게바라에 경도된 것 같지만, 실상은 여자 앞에 한번도 제대로 서지 못하고, 선 다음에는 또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못난 물건의 소유자인, 지킬 앤 하이드 씨에게 말이다. 소설을 한 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혁명의 나라 쿠바를 '방법'하러 간 '자본주의 남근주의자' 의 '발기부전' - 그리고 자본주의의 성지 라스베가스로의 패퇴. 흐물흐물한 물고기에서 단단한 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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