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동품 상점
찰스 디킨스 지음, 김미란 옮김 / B612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면, 아버지 빌 나이가 아들에게 가문의 비밀, 즉 이 집안의 남자는 20세가 넘으면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나온다. 놀란 아들은 아버지께, 그렇다면 아버지는 과거로 돌아가서 생기는 그 시간들에 무엇을 하셨느냐고 여쭤본다. 빌 나이의 대답.

"책을 읽었단다. Books, books, books, Two times. Dickens, Three times."

과거로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무엇을 할까. 책을 읽지, 책, 책, 책, 두 번씩. 디킨스는 세 번.

이 대사는 디킨스가 영미문학에서 차지하는 고고한 위치를 확인시켜준다. 닉 혼비는 그의 책 '런던스타일로 책 읽기' 에서 디킨스만 읽어도 독자로서 후회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니까. 닉은 사실 영미권에서 나오는 책만 읽어도 다른 책은 따로 꼭 읽을 필요 없지 않냐고 반문할 정도로 영미문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인데, 그 중에서도 넘버원으로 꼽는 것은 역시 디킨스다.

찰스 디킨스가 이렇게 영미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비하면, 국내엔 그의 번역본이 너무 없다. 어린이를 위해 번역된 ‘올리버 트위스트’와 ‘크리스마스 캐럴', 뮤지컬과 영화의 영향으로 몇 개의 판본이 나온 ‘두 도시 이야기’, 역시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몇 군데 출판사에서 내놓은 ‘위대한 유산’, 디킨스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내가 꼭 읽어보고 싶은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동서문화사와 동천사에서 번역본 두 편이 나와 있다. 무수히 많은 영미문학작품과 영화에서 예찬하고 또 예찬하는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대체 왜 우리 나라에서 이렇게 찬밥인지… 안타까워하던 중 '오래된 골동품 상점'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 반가워서 얼른 주문했다. 내용 소개를 읽으면 얼핏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당대 영국의 빈곤을 배경으로 한 어린아이의 고생담인 모양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이라고도 하니 읽기 어렵진 않을 것 같다. 디킨스의 마법같은 필력을 기대한다. 모쪼록 국내 출판사에서 더 많은 디킨스를 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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