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엔 무엇을 줄일 수 있을까... 그것은 인생을 줄이고 호흡을 줄이는 짓이었다. 게다가 그녀로선 더 줄일 수 있는 인생도 호흡도 없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저녁밥을 먹고 나면 찌개의 붉은 얼룩이 진 식탁에 앉아 퍼져 버렸다. 일어서려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럴 때면 그녀의 발을 끌고 내려갈 검은 구멍이 발 아래서 뭉텅뭉텅 파이고 있는 듯 했다. 이따금 발작적으로 수화기를 들고 싶은 때가 있었다. - 전경린, `여름 휴가`, ˝천사는 여기 머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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