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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다 ㅣ 우리시대의 논리 12
서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머릿속에서 잊고 있었던 사건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쏜 사건을 다시금 떠오르게 만들어준 책이다. 한동안 그 사건을 보면서 오죽했으면 저렇게 했겠느냐는 시선과 함께 사건의 종결이 말도 안 되게 흘러갔던 것을 보며 대한민국 사법부를 비웃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냥 그런 사건이 있었지라는 생각만 했던 사건을 책을 통해 처음부터 다시보니 정말 대한민국 사법부에 심한 배신감마저 들 뿐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것이 대한민국을 법으로 지켜주고 있는 사법부의 참 모습인가와 없는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구나하는 절망감마저 들게 했던 책이다. 김명호 교수가 홀로 싸워야만 했던 그 오랜 시간 앞에 미안한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본인 김명호는 피해자일 뿐입니다. 법을 고의로 무시하는 판사들처럼 무서운 범죄자는 없습니다. 그들의 판결문은 다용도용 흉기이며, 본인은 수십만, 수백만의 그 흉기에 당한 피해자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본인은 최후 수단인 국민저항권과 정당방위권을 행사한 것일 뿐 무죄입니다. 법 무시하고 판결하는 판사들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국민저항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성균관대 교수시절 시험문제에서 15점 배점을 받은 수학문제가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의을 신청하고 문제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배점을 0점 처리를 하던지 아니면 모든 학생에게 15점을 주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교수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던 김명호 교수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법부에서는 성균관대의 선후배라는 끈끈한 정 하나로 김명호 교수를 무시하고 패소하게 된다. 이 억울함을 김명호 교수는 판사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이유를 물었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으며 가지고 있던 석궁은 판사의 몸에 가벼운 상처를 남겼지만 단 하루 만에 김명호 교수는 자신의 재판판결에 굴복하지 못하고 분노하여 판사를 석궁으로 쏫아 죽이려 했던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리게 된다.
그러나 김명호 교수가 진짜로 판사를 향해 몇미터 앞에서 정조준을 하여 쏫았는가 또한 석궁을 맞고 화살을 손수 빼내었다는 판사의 와이셔츠에는 혈흔조차 남아있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와이셔츠 위에 입은 조끼는 혈흔이 남아있다. 증인의 증언조차도 일치하지 않으며 모두가 김명호 교수를 빨리 처단하기 위해 짠 것처럼 일사처리 법의 집행과정이 진행된다. 김명호 교수는 이 모든 오류를 증명하기 위해 힘겹게 싸우지만 대한민국 사법부는 법이라는 칼을 차고 모두를 조롱해 버린다. 오랜 싸움 끝에 김명호 교수는 패소하고 형을 살게 된다. 사실 김명호 교수가 법에 패소를 하고 형을 살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중간 중간 실제로 법정에서 일어났던 판결이 속기처럼 원고로 되어있는데 이 페이지들을 읽으면서 나는 한편의 저질 코미디를 본 듯 했다. 모두에게 이 모든 판결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마저 들 정도였다.
초등학생이 읽어보아도 오류투성인 이 사건에서 사법부는 진심으로 양심에 선언을 하며 법을 집행했는지를 묻고 싶다.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고 하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법을 집행하는지 또한 묻고 싶다. 진정으로 이 사건의 집행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기득권을 위한 법을 만들어 놓고 그들만을 위한 꼭두각시 되어있지는 않은 것인지를 묻고 싶다.
진정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인지를 묻고 싶은 대목이 얼마나 많았는지 답답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김명호 교수는 피의자의 신분으로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쏜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김명호 교수가 떳떳했는지를 모두가 왜 사법부를 손가락질 하며 욕했는지를 얼마나 많은 피의자들이 이같은 억울함을 당했을지를 생각하니 법이 무서워지고 대한민국이 무서워 졌다.
김명호 교수를 응원하고 아직도 법원 앞에서 일인 시위을 하고 있을 많은 피의자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들의 억울함을 법치국가인 대한민국 사법부가 법이라는 정의로운 이름으로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