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매미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일째 매미는 제1장과 제2장으로 나누는 독특한 소설의 형태이다. 제1장은 기와코가 자신의 남자친구의 집에 들어가 그의 아이를 유괴해 4년동안 기르면서 일기형식으로 엮여지고 있으며 2장은 그 유괴되었던 딸 가오루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다보면 기와코와 가오루의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닮아 있어 가슴속에서 뭔가가 울컥하는 느낌이다.

기와코는 유부남인 남자를 사랑했고, 그의 이혼하겠다는 말을 믿었지만 임신 사실을 알리자 그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아이를 지우라고 말한다. 결국 중절수술을 했지만 그는 자신의 부인과 아이을 갖고 더 이상 기와코를 찾지 않는다. 임신중절수술로 인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 기와코 아버지의 죽음과 맞물려 있는 현실의 지독함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자신은 이제 낳을 수 없는 아이... 그녀의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을 보고 싶은 마음 그래서 몰래 들어간 그의 집에서 6개월된 가오루를 유괴하게 된다. 그러면서 4년동안 이어지는 기와코와 가오르의 이야기 그녀는 가오루를 키우기 위해 엔젤홈이라는 이상한 종교집단에 들어가서 아이를 키우다 그곳을 도망쳐 풍경이 너무 아름다운 섬에서 가오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아마추어 사진작가에 의해 신문에 사진이 실리게 되고 결국 유괴범으로 잡히게 된다.

2장 가오루의 이야기에서는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못된 유괴범인 기와코와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 유부남인 학원 강사를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그러면서 진정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가오루의 인생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에 우리, 죽을 수 없었던 매미 이야기한 적 있지? 기억나? 7일 만에 죽는 매미보다 8일째에 살아남은 매미가 더 불쌍하다고, 네가 그랬잖아, 나도 줄곧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구사는 조용히 말을 잇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지도 몰라. 8일째에도 살아있는 매미는 다른 매미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을 꼭 감아야 할 만큼 가혹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p.319 

7년을 땅속에서 살고 7일을 울다 죽는 매미이야기는 어릴적에 듣고 나또한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가 7일째 죽지만 혹시라도 8일까지 살아남은 매미는 지구사의 말처럼 꼭 불행한것만은 아닐것이다. 지독한 외로움이 있을 지라도 모두가 보지 못한 것을 8일째 매미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뱃속 아기의 부드러운 발길질을 느끼다가 나는 17년 전 항구에서 노노미야 기와코가 외쳤던 말을 똑똑히 기억해 낸다. 
그 아이, 아직 아침을 안 먹었어요.
맞아. 그녀는 나를 데려가는 형사들을 향해 이 한마디만을 크게 외쳤다.
그 아이, 아직, 아침을, 안 먹었어요.
자신이 체포되는 순간에도, 이젠 모두 것이 마지막인 순간에도, 그 여자는 내 아침밥 따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어쩜 그렇게 바보였을까.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와락 끌어안더니 내가 오줌을 싸니까 깜짝 놀라 밀쳐 버린 아키야마 에쓰코도, 노노미야 기와코도 똑같이 엄마였음을 나는 깨달았다.
p.334


자신의 기억에서 잊혀져 버렸음 했던 4년의 기억 그러나 가장 아름다웠던 기와코와 삶 어린시절 그 기억을 잊어야 행복했기에 잊고 있던 삶 그러나 돌아가 싶었던 4년의 시절 너무나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끌어안고 살아야 했던 가오루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 기와코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가오루이지만 그녀는 8일째 매미가 되어 기와코는 다른 선택을 하고 진정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교도소에서 출소후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항구의 매표소에서 앉아있는 기와코와 자신의 가장 소중했던 기억을 찾아 섬으로 가기 위해 항구에서 표를 사고 배를 기다리는 가오루의 모습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서로에게 가장 행복했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한채 살아가는 두 모녀 유괴라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기와코는 진정 가오루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그리고 가오루 또한 기와코를 자신의 친엄마와 동일하게 기와코를 기억해 주었다.

옮긴이의 말중에 이런 글귀가 있다. ‘이 소설은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작용으로 인해 인간의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등장인물 모두 인생을 납치당한 사람들이다.’ 그렇다 기와코의 삶도 그리고 가오루의 삶도 그의 친어머니의 삶도 그리고 엔젤홈에서 만났던 구미와 지구사의 삶도 모두가 인생을 납치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잔잔한 소설이면서 가슴속에서 울컥하게 하는 진한 감동이 있는 책이다. 기와코와 가오루의 삶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게끔 해준 이 책이 정말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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