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정채봉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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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고인 되신 정채봉 작가... 문득 예전 읽던 정채봉 작가의 <오세암>과 <물에서 나온 새>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읽다보면 가슴이 따뜻해져 버리는 책이 바로 정채봉 작가의 책이었다. 그래서 인가 조금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정채봉 작가가 살아생전에 가장 좋아했다는 ‘나’라는 한글자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잘 되지 않는 것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또 한번 감사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한 없이 기쁨을 가져다 준 책이었다.

리태가 책을 읽어 주다 말고 하품을 하고 난 뒤 말한다.
“아빠, 오늘이 일요일인데 생각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나랑 같이 목욕 가고, 백화점 식품부에 가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한 아름씩 사왔잖아. 그리고 점심에는 회에 맥주 마시고 아빠는 흔들의자에, 나는 소파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던 것 말이야. 그때가 행복한 시절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나도 알겠어.”
나는 주스를 마시며 대꾸했다.
“언젠가는 또 이런 말을 할 때도 있을걸. 밖에는 눈보라 치는데 따뜻한 병실에 앉아서 아빠한테 책 읽어 주다 말고 지루해서 하품하고 오렌지 주스 마시던 그때가 행복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노라고 말이야.”
p.91

정채봉 작가가 수술을 마치고 투병생활을 하던 중 딸과의 대화이다. 현재가 지긋지긋해도 지나고 나면 어쩌면 지금 이순간이 행복했던 추억으로 회상될지도 모른다. 다면 현재에는 내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그래서 모두들 순간을 즐기라고 말해준다. 지나고나면 모두가 소중한 추억이 되어 버릴거라고.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시간은 영원할 것 처럼 느껴진다. 단지 지금 가지 않는 시간이 지루할 뿐인 것이다. 책속에는 작가의 가슴아픈 어린시절이야기와 아버지와 죽어서 화해를 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수술을 받고 느꼈던 감정들까지 가슴 아프게 그려져 있다. 짤막하게 나오지만 작가의 어린시절을 보면서 이렇게 어렵게 잘았던 분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동화을 썼는지 궁금할 뿐이다. 마음이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걸 절로 느꼈다.

삶에 기억될 만한 글들로 가득 찬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가장 중시했던 ‘나’ 모든 사랑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 맞다. 작가는 ‘나’를 얼마만큼 사랑했을까? 어쩌면 불우했던 어린시절 사랑이 그리워서 ‘나’를 사랑했을 것이다. 작가는 아마도 이런 마음으로 <오세암>같은 책을 쓸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잊고 있던 단 한사람은 바로 나 자신일 것이다. 주변의 눈만 의식 했지 정작 본인은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겨진 메시지. 이젠 고인이 되신 정채봉 작가의 책을 통해 나또한 ‘나’를 점점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분명 모두에게 아픈 상처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진정 사랑할 수 있다면 아픈 상처마저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던 많은 소중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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