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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닌 - 우리 문명을 살찌운 거의 모든 발효의 역사
생각정거장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일반적으로 발효식품은 건강에 좋다고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음식을 보더라도 청국장, 김치 같은 발효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요리와 음식 전문기자 평론가로서 음식과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책에는 발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먼저, 발효와 인간문명을 보면 먹거리에 대한 인류 최초의 문화적 행위는 불을 이용한 가열인가, 아니면 발효가 먼저일까?란 질문이 나온다. 이에 발효 식품의 보편성을 감안하면 발효가 더 앞서거나 적어도 가열만큼 비중이 컸으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태초에 효모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사회, 문화, 전달, 인간성의 효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발효음료의 세계가 흥미로웠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자주 마시는 차, 커피, 초콜릿이 발효음료이다. 곡물, 과일, 꿀로 만드는 발효음료는 알코올 성분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여기에서 술 취한 원숭이와 비둘기들의 나무 이야기를 통해서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아주 일찍부터 발효의 맛을 즐겼음을 알 수 있었다. 타마린드 나무 껍질, 솜모 열매, 낟알을 물과 함께 단지에 넣고 발효시킨 것이 인간이 만든 최초의 술이었다고 한다.(p.190) 차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발효음료인데, 홍차는 색이 짙을수록 발효가 많이 된 것인고 녹차는 그 반대이다. 중국인들이 차를 분말 상태로 보관해 물에 개어 마시는 가루차는 문인들의 음료로서 일본에 들어갔다. 지금도 일본의 다도를 보면 가루차를 물에 타서 거품을 내 마심을 볼 수 있다. 16세기에 포르투갈인들이 그들의 식민지 마카오를 통해서 유럽에 차 문화를 전파했다. 차로 인한 중요한 정치적 사건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이밖에도 세계 최초의 빵과 그 후 이야기, 치즈 이야기, 과일과 채소를 오래 두고 먹는 법 등은 평소에 궁금했었던 이야기들이었다.
이 책은 동서양의 인간문명을 풍요롭게 한 발효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진 책이었다. 보통 인간은 음식을 익혀 먹지만 한참 전부터 음식을 발효시켜 먹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인간이 발효를 만든 게 아니라, 발효가 인간을 만들었다.”는 산도르 엘릭스 카츠의 말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