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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나만의 첫 책쓰기
양정훈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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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려면) 거절도 많이 당해봐야 합니다. 연애로 비유하면 연애 잘하는 사람은 승률이 높은 게 아니고 시도 횟수가 높은 겁니다. 백번 시도해야 끝내주게 멋진 상대방이 걸릴 확률은 누구나 같거든요. 단지 열 번 시도냐, 천 번 시도냐에 따라 한 번도 못 사귀어 보냐, 열 명하고 데이트 해보냐의 차이지요.

 

재밌는 건 거절을 많이 당하는 사람일수록 일이 쉬워진다는 사실입니다. 일종의 '단련이 된다'고 할까요? 거절 자체가 하나의 프로세스로 인식되기 때문에 상처받는다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다음 프로포즈로 넘어갑니다. 이게 중요한 듯해요. (류종렬 <미다스북스> 대표 인터뷰 중에서)

 

그는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시리즈도 단 세 명이서 일하든 블룸즈버리 출판사에서 출판됐음을 상기시켰다. 결국 나를 받아줄 인연의 출판사, 인연의 짝은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것. 나와 연이 아니었던 상대방으로부터의 거절에 상처 받을 필요 없다. 나도 첫 책도, 두 번째 책도 정말 거절한다는 메일을 많이 받았는데,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미 박사과정 입학 사정에서 여러 유수 대학으로부터 거절 메일을 받아봐서 단련이 잘 돼 있었던 덕분이다.) 되려 나는 출판사들에게 원고를 보내놓고선, 자 이제 또 얼마나 거절당하게 될까, 몇 번이나 거절당하면 내 진짜 출판사가 나타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 세상에서 이 책 한 권으로 큰 획을 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낸다면 참 힘들 것 같아요. 그냥 제 아이라고 생각하고 잘 키워 잘 내보내겠다, 이런 정도의 마음으로 힘을 좀 빼고 쓰면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잘 안 된 책들의 공통점을 찾아 보세요. 아마 그런 책들은 독자들을 고려한 비율이 떨어질 거에요. 일기가 아닌 이상 대중을 상대하는 책은 반드시 독자를 고려해서 책을 써야 한다고 봐요. (김한종, 'MBA in Korea' 공저자 인터뷰 중에서)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강렬하게 외친다.

Publish or Perish

출판하던가, 아니면 소멸되던가

(그는 책을 내던가 아니면 사라지던가로 번역해 놓았지만, 나는 내 식대로 옮겼다. 나도 한때 번역으로 돈벌이를 한 적도 있었다.)​

베스트셀러를 쓰는 공식은 간단하다.

일. 자기가 정말, 진짜로 좋아하는 글감을 택해라.

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그 글감을 발전시켜라.

삼. 모든 단어들이 빛을 발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다시 써라.

 

그 다음에는 손톱을 깨물고, 숨을 죽인 채 열렬히 기도하라.

'베스트셀러를 쓰는 공식' 시드니 셀던

한 계절만 지나면 내 두 번째 책이 출간된다고 생각하니, 사실 매우 초조하다. 첫 책은 마음을 비운 상태였기에 그렇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잘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고, 또 원고 자체가 성장했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크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첫 책에서 가능성을 보고 믿어주었던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이런 모든 욕심을 버려야할 텐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숨 죽이고 기도나 열심히 하는 수밖에. 시간아 어서 흘러라, 마음아 서둘러 진정해라.

헤밍웨이를 처음 담당했던 '캔자스 시티 스타'지의 편집장은 그에게 문체에 관해 이런 충고를 남겼다. 문장을 짧게 쓰시오. 앞 부분의 문장을 짧게 쓰시오. 힘찬 언어를 구사하시오.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시오. 훗날 헤밍웨이는 이 가르침을 글쓰기에 관해 자기가 배운 최고의 룰이라고 말했다.

문장은 짧고 힘차게!

지금 이 순간의 것을 잡으라. 조절하지 말라. 살아 있으라. 쓰라. 그냥.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먼

글을 쓸 때,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독자들에게 작가의 감정을 강요하지 말고, 상황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정의 모습을 그냥 보여주라.

<나만의 첫 책쓰기> 이 책 자체는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충고와 격려로 이루어져 있지만, 안에 실려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그들의 조언을 통해서 자기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나는 이번에 두 번째 책을 내려고 하는 시점에 이 책을 구해서 읽은 터라 이번 독서가 더욱 여러 가지를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첫 책 때 생각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제서야 읽은 셈이 됐으나, 오히려 한 번 출판을 겪고 읽으니 더욱 생생하게 책 속의 조언이 다가오는 것 같이 여겨져서 좋은 면도 있었다.

 

문장은 짧고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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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어딘가 끌리는 이들의 남다른 패션 비결
이문연 지음 / 북포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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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출간된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는 기존에 보던 실용서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 많다. 단순하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충고와 권유를 넘어서서 이 책에선 조곤조곤 이야기를 건네는 목소리가 들린다. 작가인 스타일 코치 이문연은 사람들의 외양과 패션을 교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면서도, 과감하게 첫 장부터 스타일은 자기표현에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것은 자기애라는 핵심을 전달하고 있다.

 

요는 사회성을 획득하고 직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춰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본바탕인 내가 튼튼하게 자리를 잡아야하고, 그리고 나서야 보여줄 나와 적당히 가려줄 나가 선별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작가의 철학이 드러나 있으며, 그래서 그녀의 인문학적 접근이 더 진지하게 와 닿는다.

 

이 책은 그 내용 뿐만 아니라, 책 자체로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색다른 의미를 가진다.

스타일 코치 이문연은 5년 전 홀연히 원하는 바를 하고자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접고 1인 기업가로 나선다. 그녀는 당시에 불모지에 발을 내딛는 데에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데에 매력을 더 크게 느꼈다. 5년 동안 동분서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라이프 코치 수업을 통해 배우면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 나갔다.

 

이제 이문연은 멋지게 자기 이름을 내걸고 스타일을 논하게 됐으며, 자신의 책을 내면서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게 되었다. 만일 꿈을 품고 있으되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녀가 어떻게 1인 기업가로 발돋움해 가는지를 보는 것도 또 다른 독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나는 마지막 6장을 가장 재미나게 읽었다. 몇 개는 이문연의 블로그에서 따끈따끈할 때 읽기도 했던 것들이지만, 여전히 신선하고 재밌게 다가왔다. 그녀가 의뢰인들을 만나고 대하고 기억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인간미가 느껴진다. 단순히 사람들의 패션을 교정하는 것을 떠나 사람들의 외양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그녀의 원칙이 참으로 따스하다.

 

에필로그 '옷을 잘 입는 방법보다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에 그녀가 일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간명하게 드러나 있다. 필시 그녀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녀의 세련된 조언 뿐만 아니라 마음을 읽어주는 신실함에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 분명하다.

 

자기를 사랑하고 싶은 사람, 자기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 1인 기업가의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스타일은 자기표현에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것은 자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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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공장 고집북스 틴즈 7
이연주 지음 / GOZIPbooks(고집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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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넘치는 이연주 어린이 작가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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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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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종로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느 점심 시간 나는 마법에라도 이끌린 듯이 점심을 거르고 교보문고로 향했고, 거기서 책을 읽고 있는 수많은 책 중독자 무리에 합류했다. 거기서 제목과 책 디자인의 분위기에 이끌려서 고른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속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는 무슨 수상작이라고 해서 읽어 보았는데, 기대 이상 위트와 유머로 가득 차 있었다. 스탠딩 개그를 좋아하는 내 취향을 얼결에 저격해 준 그 책을 나는 일단 다시 꽂아 두었다가 한 달 쯤 지나서 다시 교보문고로 가서 입양해 왔다. 책이 아직도 같은 매대에 표지를 보이면서 놓여 있는 걸 보니, 다행히 책의 인기가 급격히 사그라들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책을 펴보니, 패리스 힐튼 이야기 이후로 읽는 단편들이 모두 동성애자가 주인공인 것이었다! 그리고서 나는 깨달았다. 나는 동성애에 대해 편견이 없고 관대한 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여태까지 한 번도 동성애자가 주인공인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는 것을. 되려 영화 쪽은 간혹 동성애자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 유명한 섹스 앤 더 시티에조차 나오지 않았는가! 사만다가 양성애자가 되어 보려고 애쓰다가 포기하고 집어치운다는 개그 소재처럼 쓰이긴 했었지만. 그래도 동성애 섹스신은 TV극 치고는 미국 것이라 그런지 꽤 리얼했었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도록 동성애 소설을 읽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예 관심이 없었고, 내 손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쩌면 나는 아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지도 몰랐다. 그들은 대체 어디서 서로가 서로를 발견하는 것일까? 같은 시대와 같은 공간을 살면서도 생이 겹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참으로 많다.

 

나는 소설 속 왕샤 같았다. 이성애자로 살아왔지만, 동성애자를 만났을 때 망설이고 불안해하며 받아줄 수 있는 자. 나는 그런 나를 상상하며 스스로를 양성애자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 자이툰 파스타' 소설을 읽고나서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샤는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생각한 적이 없었던 평범한 이성애자였지만, 그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난 후 그에게 자신을 맞춰가고 그의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이 만난 곳이 이라크 자이툰 - 남자만 있는 곳이 아니었더라면 왕샤의 선택이 과연 바뀌었을까? 자이툰이 아니었더라도 왕샤는 주인공의 진심 어린 구애에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을까?

 

'자이툰 파스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저 왕샤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 미도리일 뿐이다. 왕샤와 동성애자 주인공은 폭탄이 터지는 이라크 자이툰에서 만났고, 미도리와 이성애자 주인공은 일본 도시에서 만날 뿐이다. 두 다른 이야기는 인물들의 성적 편향이나 무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원한다면 뭐든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 세상의 꽤 많은 것들이 이미 다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시절(200쪽)'을 함께 건너가는 흔들리는 청춘에 대해 똑같은 목소리 톤으로 말하고 있다. 자이툰의 소설가는 꼭 술 먹다가 목에 울컥 하고 소주가 걸린 듯 나레이션을 했다. "그때는 몰랐었어, 누굴 사랑하는 법." 나이가 더 들어도 모르는 사람이 천지라는 것, 이성애자들도 모르긴 마찬가지라는 것이 소설가에게 위로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진 후 자신을 상대방에게 맞춰가는 과정은 이성애자 간에도 흔히 일어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애정의 균형이 한 쪽으로 치우쳐 있을 때엔 속박이나 지배가 일어나기도 한다. 왕샤와 주인공 커플 간에도 처음엔 분명 왕샤에게 모든 감정의 주도권이 있었다. 주인공은 동성애자란 이유 만으로 왕샤를 향한 그의 애정을 미안해 한다. 나중에 왕샤 스스로 주인공 앞에 나타나면서 - 그것은 자살을 거쳐야 할 만큼 격한 고통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 비로소 대등한 애정 관계가 형성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 관계는 동시에 '인간 대 인간으로, 성적 욕망이 걷힌, 맑고 투명한 관계로 남아 인생의 가장 고단한 시절을 함께하는(211쪽)' 사이가 되었다.

 

책을 첨 읽을 때 작가의 사진을 보며 듬직한 젊은 작가로군 했는데, 소설을 다 읽고 다시 책을 읽으니 그는 아무리 봐도 동성애자 같다. 책 속에 나오는 왕샤의 외모를 닮은 듯 하다. 나는 모든 동성애자가 다 특이한 외모를 가진 게 아니란 것 쯤은 안다. 그들은 다 평범하게 생겼다. 외모나 목소리에서 그들을 가려낼 수 있는 경우는 그들의 수에 비해 별로 많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의 소설이 너무 좋다고 평한 평론가 저 사람도 혹시 게이일까? 이제 이 책을 보는 내 시선이 바뀌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소설 속 영화에 빗대어 슬퍼한다. 영화는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사람들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사랑을 하다 맥빠지게 끝나버렸다. 주인공이 게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특색도 가치도 없는 그런' 영화(207쪽). '세상의 아주 작은 점'(214쪽)이 되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은 그래도 작은 점 이상이라는 걸 그에게 말해 주고 싶다. 적어도 그는 평범한 이성애자들에게 작품을 보이고, 그들에게 평범한 동성애자들의 사랑에 대해 용기 있게 말하지 않았는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씩 불편하게 느끼는 지점은 내가 이성애자로 살아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 인물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은 내가 그들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사실 이성애자들의 사랑이란 또 뭐 그리 평범한가. 아침 막장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의 불륜 상대가 남자로 설정된 들 뭐 그다지 놀랄 일이란 말인가.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게, 어린 시절 버린 딸이 며느리로 들어오거나, 몇십 년 지기 친구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거나, 어머니는 아들과 재혼하고 딸은 아버지의 두 번째 부인으로 들어가는, 이성애자들의 막장 세상보다 덜 고상할 것은 또 뭐가 있단 말인가.

 

내 서재에 퀴어 소설 한 권 쯤 있어도 좋지 않겠는가 하는 맘으로, 세상 모든 사랑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내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이야기로, 내 작은 서재에 소장할 맘이다. 대체 퀴어 평론은 어디로 보내야 하는 것일까? 어딘지도 모르는 한 이성애자 친구의 지지 소감문은 그저 이성애자들의 세상에서 떠돌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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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김영진 그림책 3
김영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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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집에서 아쉬운 작별을 한 그린이와 아빠의 하루를 병렬 구성한 그림책. 아빠의 회사 생활은 왼쪽에, 그린이가 유치원을 다녀오고 놀이터를 가고 엄마와 저녁을 먹는 하루의 일상은 오른쪽에 구성되어 있다.
김영진 작가의 따뜻한 그림이 이야기를 듣는 어린이의 마음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읽어주는 어른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다.


오늘은 일찍 들어오겠다고 아침에 한 약속을 지키라고 그린이가 아빠에게 전화를 걸지만, 아빠는 오늘도 회사에서 야근할 일이 생겨서 일찍 들어올 수 없다. 

그린이는 지금 오면 안 되냐고, 오늘 아빠한테 할 얘기가 너무 많다고 살짝 보챈다. 혼자 헬리콥터 만든 것도 자랑하고 싶고, 딸기 따러 가서 아빠 것도 가져왔고, 구름다리도 세 번이나 안 떨어지고 건넜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항상 바쁜 아빠와 그런 아빠를 기다리다 지쳐서 잠드는 그린이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전화를 마친 아빠는 그린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한강이 흐르는 서울 하늘 아래 둥그렇게 떠 있는 달이 어쩐지 처연하다.

처음 몇 번은 아기에게 책 읽어줄 때마다 이 구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빠는 얼마나 그린이가 보고 싶을까? 
그린이는 아빠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아무래도 작가가 아빠다 보니 아빠의 이야기를 더 실감나게 잘 쓰신 것 같다.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도 좋았지만, 아빠의 이야기가 더 애틋하게 와 닿았다. 


궁금해서 김영진 작가의 모습을 찾아보니 본인이 그린 그림 속 인물들과 흡사한 인상이다. 따스한 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님의 모든 그림책이 포근할 것만 같다. 

(인터뷰 사진 보시려면, 이리로: 노컷뉴스http://m.nocutnews.co.kr/news/4363214)

아빠는 그린이가 보고 싶었어요. 그린이는 아빠가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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