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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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받은 도서입니다.




70세 사망 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사람은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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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 법안이라니.. 뭘까요? 70세가 되면 죽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게 가능한 건가요? 늙으면 죽으라는 건가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아니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본 소설을 만났는데요.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70살이면 아직 한참 남으셨나요? 아니면 조만간 마주할 나이신가요? 이런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때는 한 아이만 낳아 잘 키우자며 산아제한을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요즘은 오히려 반대가 되어버렸더라고요. 점점 떨어지는 출산율,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노령인구.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상황이 심각한가 보네요. 이런저런 방안들을 마련했지만 이런 흐름을 막기에는 부족한가 봅니다. 특단의 방법, 70세 사망 법안이라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이 어떻게 통과한 거죠? 도대체 정치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요? 획기적인 정책과 과감한 추친력으로 80퍼센트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일본 총리가 새롭게 추진한 정책이라고 하는데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점점 가중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네요. 연금제도가 붕괴되고 국민의료보험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노령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가정의 부담과 청년층의 취업 문제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합니다. 찬성이신가요? 아니면 반대이실까요? 일본 국민들도 각자의 입장과 위치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고 하네요.

유예기간 2년. 그 이후에는 모두가 70살이라는 정해진 인생을 살아가야만 한다는데요. 까칠하고 까탈스러운 성격의 시어머니 병수발을 하고 있는 며느리 도요코는 2년 후를 상상하곤 한다네요. 친구들은 벌써부터 자신들의 삶을 즐기고 있는데, 하반신이 불편한 시어머니 병수발로 하루 종일 시달리는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벨 소리와 시어머니의 큰 목소리.. 점점 지쳐만 갑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착한 엄마이자 아내이자 며느리인 듯하네요.

명문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인간관계 문제로 퇴직하고 놀고 있는 아들은 점점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멋지게 돌아오리라 믿고 있다네요. 할머니 병수발을 함께 하자고 했지만, 도망치듯 분가해버린 딸은 공공 노인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힘들어하는 엄마를 외면하지만 차마 나설 수 없는 딸을 이해합니다. 얼마 안 남은 인생을 즐기겠다며 남편은 퇴사를 하고 세계여행을 떠납니다. 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남편을 차마 붙잡지 못하네요.




폭발! 그렇죠.. 아무리 착하고 순한 사람이라도 이건 아닌 듯하네요. 도요코도 이제 한계인가 봅니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도 않고, 인정해 주지도 않고, 내가 아닌 삶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나 보네요. 가출입니다. 누워있는 시어머니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들도, 세계여행을 떠난 남편도, 연락 없는 딸도, 돈만 밝히는 시누이도.. 다 필요 없네요. 젊은 시절 용감했고 과감했고 솔직했던 나 자신을 찾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그녀가 없는 집은 당연히 엉망입니다. 요리도 청소도 병수발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은 어설프기만 합니다. 그동안 고마움을 몰랐던 시어머니도 이제는 알게 되네요. 아내에게 관심이 없던 남편은 아직인가 봅니다. 짝사랑 동료의 응원으로 힘을 보태기 시작한 딸은 많은 도움이 되네요. 조금씩 변하는 이들의 모습에 웃음도 나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야 가족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토요코네 집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70세 사망 법안은 그대로 시행되었을까요?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랍니다. 이렇게 멋진 결말이라니..!!! 현실에서도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네요. ‘너’ 아니면 ‘나’로 극명하게 나뉘어서 상대방에 대한 반대만 외치는 요즘.. 점점 더 심각해지는 현실에 지친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사이다 결말입니다. 하지만, 속이 후련해지다가도 더 아파지네요. ‘우리’라는 단어가 점점 사라져 가는 요즘이 떠오르게 만들어서요.

사실 이 일본 소설은 최근 신간은 아니었는데요. 예전에 제목을 보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답니다. 그동안 절판된 상태였는데, 이번에 이렇게 새로운 표지로 새로운 출판사에서 재출간 되었더라고요. 아마도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던 책이었기에,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추천도서이기에 다시금 출간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너무나도 공감되고, 너무나도 흥미롭고, 너무나도 재미나서 하루 만에 완독해버린 일본 소설..!! 여러분도 꼭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되어보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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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
윤영 지음 / 스토디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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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회적 타살법이 통과되면서 시작한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문장이네요.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책임이 없다는 사건 하나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보이지 않는 곳에 참혹하게 남겨진 상처들.. 바로 마음의 상처로 인한 죽음.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은 이제부터 폭력으로 규정하고 처벌한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공감되고, 너무나도 필요한 법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데 어떻게 수사를 할까요? 놀라운 미래 기술이라고 나온 걸까요? 안타깝게도 보건복지부 심리부검부에서 수사권을 가지고 조사를 통해서 입증해야 한다네요. 마음의 상처를 조사한다. 이게 가능한 걸까요?




일에 대한 열정도 없고, 정의 구현이라는 사명감도 없고,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보건복지부 수사관, 김제리. 너무나도 강력한 캐릭터라서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욕이 나올 뻔했는데요. 바로 그가 강남의 명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 조사를 위해 보건교사로 위장 침투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것이 바로 무감각약..!! 아니 집중력 향상약인데요. 이게 좀 이상합니다. 선배 형사가 조사하다가 사고를 당한 사건과 연결이 되거든요.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 사건을 김제리 수사관이 담당하게 됩니다. 과연 그가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까요? 무책임한 공무원인 그가???




클럽과 카지노를 들락거리면서 조사를 하는 건지 놀러 다니는 건지 알 수 없는 그의 행적. 하지만, 그런 그에게 누군가 내미는 예쁜 젤리 하나는 무시무시합니다. 고통이나 고민거리 같은 모든 감각이 다 괜찮다고 느껴지면서 모든 것이 조용하고 잔잔한 평온 상태가 된다고 하네요. 마약도 아니면서 마약과 같은.. 너무나도 많은 곳에 이미 퍼져있는 이 젤리에는 자살로 세상을 떠나버린 친구 호현이가 다녔던 B제약회사, 사회적 타살법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강의원, 사랑했던 전 여친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원인 시내가 연결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비밀!! 사랑했던 여자는 떠나가고, 사랑했던 친구는 죽음을 선택하고.. 그 배경에는 그들에게 의지하고 집착했던 김제리가 있었다네요. 그리고 무감각약은 바로 이들의 잘못된 관계, 아니 조금씩 어긋나있던 감정들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도대체 이들은 무슨 아픔을 가지고 있는 거냐고요? 사건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글쎄요. 잘 마무리는 되지만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며 힘들어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정말 많지 않을까 싶은데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감정들이 없어지면 과연 행복할까요? 아픔이 지나면 더 기쁜 순간이 있을 거라는 말이 있잖아요. 동트기 전의 어둠이 가장 어둡다는 말도 있고요. 물론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고, 말로만 하는 응원이고 조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만난 무감각약은 아닌 듯합니다. 누군가의 삐뚤어진 생각으로 탄생했고, 누군가의 아픔에 기대어 퍼져나갔고, 누군가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용되었던.. 

마지막 부분의 문구가 너무나도 인상적이네요. 약물은 결코 아름다웠던 그 찰나의 순간만큼의 기쁨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그리고 그 찰나의 절망 역시나 말이죠. 그 순간을 갈망하는 그들에게는 더 이상 삶이란 없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무서운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어디선가 분명 이런 멋진 이름의 거짓들이 누군가에 의해 유통되고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짧은 생각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 찾고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래도 아직 우리 옆에는 김제리 수사관이나 심기자 같은 분들이 있지 않을까요? 작은 희망을 갖고 책을 덮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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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30만부 기념 거울 에디션)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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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의심이 필요하다. 세상은 정말 평등한가? 내 삶은 정말 차별과 상관없는가?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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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삶은 평등한가요? 누군가에게 차별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요? 아니면,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렇게 답할 듯하네요. 나는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말이죠. 우리 모두는 평등한 존재라고 말이죠. 하지만,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니 조금은 의심하게 됩니다. 혹시 내가? 그럴 리가 없지만 설마 내가?

안타깝지만 당신은 이미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차별을 받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니까요. 단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삶에 스며들어있기 때문에, 나와 너무나도 멀리 있기에.. 다양한 이유로 당신은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하는데요. 정말일까요? 도대체 왜? 내가 왜???




?? 인간이라면 누구나 차별하지 않고 평등한 삶을 지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유와 함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왜 누군가는 차별받고 있다고 항의하고, 그들의 주장에 또 다른 반대 의견들이 생기고,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항변하는 이들이 생기는 걸까요?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은 부당하다는 남성인권운동가, 제주도에 도착한 난민들을 향한 모두의 반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결혼이주민들과 다문화 가정들에 대한 편견, 그리고 요즘 한국 사회의 새로운 이슈인 성소수자들에 대한 논란까지.. 우리는 분명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너무나도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자신만의 입장을 내세웁니다. 본인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이미 차지하고 있는 권력을 빼앗길까 봐서,,,

알고 보니, 이미 오래전 과거부터 다양한 차별들은 존재했고 갈등했고 해소되었더라고요. 노예제도가 대표적이고, 더 오래전에는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진 권리, 그리고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까지.. 하지만, 이러한 차별이 정말로 사라져서 평등한 사회가 되었을까요? 너무나도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는 말해주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새로운 노예제도, 새로운 남녀 차별, 새로운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고 말이죠. 너무나도 교묘하기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기에, 너무나도 은밀하기에 눈치챌 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이젠 모든 것이 의심스럽네요.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더라고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일 수가 있었거든요. 그들이 없는 것을 가진 나는 권력을 가진 차별주의자가 될 수도 있었거든요. 하나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차별이 존재하고 있었거든요. 너무 어렵네요. 하나하나 따지면 똑같을 수가 없는 우리 모두를 어떻게 똑같이 대할 수가 있을까요?

다행히도 이미 '모두를 위한 화장실'처럼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제도와 법이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 제도와 법을 만드는 이들도 역시 우리들 중에 누군가일 테니 또 다른 빈틈이 생기겠죠? 아마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누군가 의심하고, 누군가 논쟁하고, 누군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면 누군가는 듣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조금씩 고민한다면 한 걸음씩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상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입장과 관점과 위치가 존재하기에 차별과 평등을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렵네요. 그래서일까요?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 책은 수많은 독서 모임의 단골손님이더라고요. 책을 읽고 나면 하고픈 말도 많을 듯하고, 놀라운 깨달음도 많을 듯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도 궁금해지거든요. 그렇기에 토론하거나 논쟁하기도 좋은 주제이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아직 부족한 듯합니다. 조금 더 많은 모임에서 이 책을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더 많이 읽고 더 많은 분들이 차별과 평등이라는 문제에 대해 더 고민하고 고심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면서 받는 상처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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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는 마음 - 문화예술 변호사 박주희의 예술 같은 나날들
박주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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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예술은 숨통을 트이게 하는 도피처였다.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지, 무엇이 ‘옳은’ 방식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때마다 미술관을 찾았다.
p.90

책표지가 눈길을 확 잡아끌지 않나요? 어떤 책이길래 바로 뒤에서 지켜보는 이가 있는데도 저렇게나 집중하는 걸까요? 두 다리를 올리고 의자에 앉아있는 여인이 누굴까요? 어떤 책일까 너무 궁금해졌는데요. 그림 속의 여인이 읽고 있는 책,, 아마도 문화예술을 전문으로 하는 박주희 변호사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해야만 하는 변호사는 직업을.. 그리고 그중에서도 문화예술 변호사라는 삶을 살게 되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뭔가 영화와 같은 스토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저자는 어쩌다 보니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합니다. 옆의 친구보다 조금 더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욕심에 공부를 했고, 대한민국 대다수와 비슷하게 부모님의 권유로 학과를 선택했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며 말했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원하던 사시를 합격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주어진 문제에 정답을 내놓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던 저자는 정답과 오답으로만 나눌 수 없는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삶은 선택 항목이 너무 많은 객관식이고 시험지마다 주어진 문제가 제각각인 주관식이었다고 하네요. 혼란스러웠던 그녀의 도피처는 예술이었다고 합니다. 예술은 정답이 없었거든요. 저마다의 답을 찾는 그곳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녀는 문화예술 전문 변호사가 된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런 그녀의 삶은 매번 성공만이 있는 드라마 속의 화려함은 아닌 듯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온 삶에서 찾아낸 그녀만의 특별함은 그 어떤 화려함보다 더 가슴에 와닿더라고요. 너무나도 짜증 나는 상황을 납작하게 바라보면서 감정을 지키는가 하면, 쓸모를 생각하지 않는 무쓸모의 취미를 통해 생각을 비우고, 담백하게 거절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는 중이며, 누군가의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합니다.

하지만, 예술과 법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해 모든 감정을 쏟아야 하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누군가에게 따지기보다는 이기기 위해서 참아야만 한다고 하네요. 변호사님은 누구 편이냐는 비난 섞인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해야만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직도 계속하는 마음인가 봅니다. 아니, 계속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평소에 스스로 솔직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그녀도 글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에는 부담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루하루 긴장과 불안의 연속인 자기 자신을 이완하는 시간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였을까요?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 번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그녀의 사연들은 조용한 미소를 띠게 만들더라고요. 이야기에 담긴 그녀만의 마음을 닮고 싶어지더라고요. 삶이란 이런 거였지.. 나 역시나 그러고 있었던 거 같다.. 우리 모두 비슷한 거였구나.. 이러면서 말이죠.

문화예술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궁금해서 펼쳐보았던 에세이였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저자의 특별한 직업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라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힘들거나 지치거나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다시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동안 누군가에게 에세이 한 권을 추천한다면 오늘 만난 이 책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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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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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받은 도서입니다.


허락을 구하지도, 그렇다고 나중에 고마움을 표하지도 않고 숲과 땅, 그리고 바다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제멋대로 가져가는 낯선 인간들 말이다.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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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도대체 어떤 동물일까요? 머나먼 미래에 역사는 우린 인간을 어떻게 설명하고 규정하고 있을까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며 평생을 살아왔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유작을 읽다 보니.. 누군가는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착취하고 이용하고 희생해야만 하는 존재로 여기는 듯하거든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라는 고래는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을 오랜 시간 동안 지켜봤을 텐데요. 이들이 지켜봤던 인간들의 역사와 변화, 그리고 관계에서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 한 권을 만났답니다. 환경도서이면서도 한편의 동화처럼 담겨 있었는데요.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는 아닐 듯해서 마음부터 아프네요. 하지만, 하얀 고래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가 궁금해서 천천히 읽어보았답니다.


바닷가에 떠밀려 올라온 신기한 잿빛을 띈 향유 고래 한 마리. 고래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한 배와 함께 떠난 고래를 바라보던 한 아이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다네요. 라프켄테, 바다의 사람들이라는 아이는 그에게 바다의 이야기, 아니 고래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금조개 하나를 건네는데요. 바다의 옛날 언어로 들려주는 고래의 이야기가 짧게 짧게 담겨있답니다. 태평양 연안 모차섬에서 전해오는 하얀 향유고래의 이야기가 말이죠.

커다란 덩치의 고래를 두려워했고, 끝이 없는 바다를 두려워했던 인간. 이들은 바다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파도와 싸우는 방법을.. 그리고 망망대해를 지나가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고래의 기름과 내장을 얻기 위해 무자비한 존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서.. 그들의 냄새를 감추기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결국 오랜 시간을 걸쳐 전해오는 약속을 지키는 하얀 고래와 부딪히게 된다는데요. 인간과 자연.. 욕망과 분노.. 현실과 꿈.. 이들의 충돌이 가져온 것은 무엇일까요?

오래전 인간은 바다로 나오던 시절부터 그들을 바라봤던 고래. 하지만 인간들은 조금씩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영역을 넓히면서 이제는 자신들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거친 바다보다 더 잔인해지네요. 이런 이들에게 분노하는 고래의 공격은 과연 잘못된 걸까요? 우리의 편리를 위해 고래는 이용당하고 희생하는 것이 옳은 걸까요?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들이 이렇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니 너무나도 인간이란 존재가 싫어지네요.


하얀 고래의 넋두리 같으면서도, 오랜 시간에 걸친 여정이면서도, 하나의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읽다 보니 몰입하게 됩니다. 인간이 아니라 고래 한 마리가 되어 바다에서 헤엄치는 듯하네요.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래 이야기의 대표작은 역시 모비딕일 텐데요. 이제 모비딕을 볼 때마다 거대한 몸집의 하얀 고래가 생각날 듯합니다. 바다를 말해주던 하얀 고래가.. 오래전부터 인간을 바라보았지만 인간의 적이 되어버린 하얀 고래를.. 영혼을 인도하던 4명의 할머니 고래를 지키던 하얀 고래를 말이죠. 아름답지만 아프고, 몽환적이지만 날카로운 동화였네요.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환경도서 동화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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