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나무
윤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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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학창 시절, 집에 돌아오는 늦은 밤에 만날 수 있었던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요. 낮에는 그냥 한 그루의 나무일 뿐이었는데, 밤에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답니다. 가로수 불빛을 받은 노란색 잎사귀들이 얼마나 반짝였는지.. 매일 밤마다 그곳을 지나면서 마주했던 그 광경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바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 마주했던 테니스 코드, 아니 테니스 나무도 이런 장소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들만의 특별한 추억과 같은..​


그래서 더 기대하게 되고, 더 궁금했던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싶은데요. 윤고은 작가가 들려주는 사랑이란 무엇일까도 궁금했거든요.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연인에게 닥친 예상하지 못한 사건, 이들이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었던 사건 하나로 인해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말이죠. 담담하게 읽다가도 조용히 가슴이 다가오는 이야기..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아니,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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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베어 물면 여기까지 새콤한 맛이 쫙 뻗칠 것 같지 않아요? 저 열매요. / 어느 나무에서 떨어진 거죠? / 그야 테니스 나무겠죠.

p.44


생존 배낭을 가지고 계시나요? 최대 72시간을 버티기 위해 꼭 필요한 물품만을 담은 최소한의 희망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생존 배낭을 기획하는 미아. 지하철 역사를 달리는 러닝대회 기념품을 준비하면서 만난 K선 인턴 태오는 나이차와 거래처라는 관계를 넘어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조금씩 조금씩 이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나 보네요. 누군가에게는 꼬투리가 잡힐 수도 있는 모든 것들도 그들의 감정 앞에서는 사소한 문제일 뿐입니다.


라임빛 열매가 가득한 테니스 코트 앞에서 이들은 손을.. 이제는 숨길 수 없는 서로의 감정이 라임빛 테니스 나무 열매처럼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서로의 감정에,, 서로의 생각에,, 서로의 꿈속에,, 함께 할 수 있는 것..!! 서로의 비밀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 매일 꿈을 꾸는 태오, 자동 세차장에서 5분의 음악 감상을 사랑하는 미아, 필요할 때 시간을 되돌리는 홍해 파리가 부러운 태오, 음악 비누가 닳아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미아.. 그들은 이렇게 사랑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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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행 열차가 들러오고 있습니다.' 그런 말이 들리는 세계란 정말 어마어마한 거구나. 보통 우리 삶은 그렇지 않으니까. 어디를 향해 갈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어떤 신호도 주지 않고 닥치는 경우가 대두분이니까. 행선지를 확인하고 올라타도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니까.

p.124


항상 좋은 일만 있고, 언제나 나쁜 일만 있다면 그건 인생이라고 할 수 없겠죠? 오르락 내리락하기에 사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면서도, 예측하지 못한 일에 당황하고 상처 입고 주저앉고 아프기에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어지네요. 바로 이들이 마주한.. 사랑하는 연인에게 갑자기 다가온 사건처럼 말이죠.


태오가 근무하던 K선과 공동 역사를 운영하는 B선의 애매한 중간에서 노숙자 한 명이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신고를 받은 것은 태오,, 매뉴얼대로 B선 안전실에 통보하지만 호우로 늦어진 대응,, 인력 부족과 나태한 대응에 들끓는 언론,, 클릭을 유도하는 추측성 기사들,, 선을 그어버리는 K선 운영 회사,, 태오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죄책감에 힘들어하고 미아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분노로 집착합니다. 그리고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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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도대체 뭘까요?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도 많이 헤아리고 보살피고 배려했기에 더 이상은 가까워질 수가 없었던 이들.. 이건 사랑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는 없는 걸까요? 누군가의 아픔을 대신 아플 수 없기에,, 차곡차곡 쌓이는 복수의 기록에 더 아플 수도 있기에,, 이번 생이 아닌 다음 생이라도 기약해야 했기에,, 이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과연..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진 테니스 코트에 흩어져 있는 라임빛 공들은 반짝이면서 빛나는 듯싶지만, 다시 해가 뜨면 초라한 색으로 바랜 모습일 뿐이잖아요. 이들의 사랑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모두가 다른 선택을 하곤 하는 생존 배낭과 잠시 몸을 숨기면서 삶의 반복하는 홍해 파리와 쓰면 쓸수록 없어진다는 음악 비누 이야기를 주고받은 이들의 사랑은 이렇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나 보네요. 안타깝게도.. 슬프게도.. 


가을이라서 그럴까요? 이런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손이 가게 됩니다. 사랑했지만 사랑할 수 없었던 이들처럼.. 쌀쌀해지는 날씨에 허전해지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말이죠. 하지만, 덕분에 이제는 형광색처럼 빛나는 테니스 공을 보면 이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의 추억 속에 있던 그 어떤 순간처럼 말이죠. 오래전에 누군가와 함께 나누었던 한 장면처럼 말이에요.


선선한 바람에 기분 좋은 요즘 읽으면 딱 좋은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순간 또 다른 나를 마주할 지도.. 홍해 파리처럼 과거로 돌아갔다가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도.. 작아진 음악 비누를 꿈속에서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무슨 이야기냐고요? 테니스 나무 아래로 오시면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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