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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 월급사실주의 2026 ㅣ 월급사실주의
강보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평점 :
#협찬

오늘 하루도 열심히 지내셨나요? 아니,,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버셨나요? 사랑, 행복, 정의, 믿음... 세상에는 좋은 단어들은 참 많지만, 현실적으로 솔직하게 말하면 이 모든 것들은 돈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누가 뭐라 해도 먹고사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행위일 테니까요.
바로 이런 이야기..! 노동이라는 삶의 가장 기본적 요소지만, 그렇기에 수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주제를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심도 있게 담은 이야기들을 있다고 하더라고요. 2023년부터 매년 꾸준하게 시리즈처럼 출간되고 있는 월급사실주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진짜 모습을 담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논쟁하고 언급하지 않을까 싶은 한국단편 소설일 듯합니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출간되었고, 올해도 역시나 읽어보았답니다.

당신은 왜 매일 검은 옷만 입습니까?
메드베젠코가 다시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이건 내 인생의 유니폼이에요.
잠시 사이를 두고 정혜씨는 말했다.
나는 이모거든요.
p.117 / 이모라는 직업
143편의 응모작 중에서 선정된 8편의 단편소설로 만들어진 2026 월급사실주의 단편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은 <이모라는 직업>이었는데요. 이미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 김하율 작가의 작품이었답니다. 이모라는 직업에 대한... 이모.. 살아가면서 참 많은 곳에서 이모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지 않나요? 나름 상대방을 배려하는.. 아니면 뭔가 애매한 관계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무난한 호칭일 수도 있을 텐데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모는 웨딩 헬퍼라고 하네요. 일생에 딱 한 번뿐인 결혼식 날에 신부에게 최고의 순간을 보장해 줘야만 하는.. 그래서 그림자처럼 밀착 케어를 하고, 유령처럼 없는 존재처럼 활약을 해야만 하는.. 검은 옷이 인생의 유니폼이라는..
그런데,, 그날은 운이 없었나 봅니다. 또 다른 이모.. 하교 도우미부터 돌봄 선생까지 시터로 일하는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결혼식장에서 만났거든요. 까다로운 성격으로 위험경보가 붙은 신부.. 하고 싶은 것은 기어코 하고야 마는 극성맞은 아이.. 그리고 이들의 이모..? 이들의 만남에서 발생한 불상사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흔하지 않은 웨딩드레스를 선택해서 긴급 대응을 어렵게 했던 신부? 아이를 잘 관리하지 못한 아이의 부모? 이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모? 하지만,, 결국 가장 손해를 본 사람은 검은 옷이 인생 유니폼인.. 씁쓸하네요.

해피엔딩인 듯하면서도
뭔가 쓸쓸하고 씁쓸한 기분이 드는
힘없는 이들이 만드는 작은 드라마.
세상은 왜 모두에게 행복하지 않을 걸까?
8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작은 메모장에 적은 문장들이랍니다. 올해 월급사실주의의 단편소설들이 이런 느낌이더라고요. 각각의 이야기에서 모든 이들이 인생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시간에 치이면서 살아가고 있는데요. 어찌어찌 이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고, 그 삶에서 하루하루는 어찌어찌 마무리가 되는 듯합니다.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쓸쓸하고 씁쓸한 기분이 드는 마무리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소소한 행복으로 소소하게 살아가는 것마저 너무 힘들어 보이는 이들..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죠? 하지만, 행복은..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작은 행복까지는 괜찮겠죠? 괜찮을 겁니다. 아마도요..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이다음에 어떤 문장을 넣고 싶으세요? 책에 담긴 단편소설 중에서 <빈칸 채우기> 작품 중에 나오는 문장인데요. 이런저런 일 처리를 하기 위해 신입과 함께 외근을 하던 중에 선배의 질문,, 출근은 할 만하냐는 질문에 젊은 친구의 대답이었답니다. 월급을 받으면서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한다는.. 우문현답? 하지만, 책의 뒤표지에는 이런 문장으로 쓰여있더라고요. 재미까지 바랄 순 없더라도, 최소한 존엄만큼은 침해받기 않기를,,
너무 공감이 가네요. 월급을 받고 그만큼의 노동을 제공하는 상호교환의 시간이니,, 재미도 필요 없고 감정도 필요 없었으면 어떨까 싶네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렇게 딱 정해진 선을 놀랍도록 지키지는 못하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최소한의 선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누군가와 관계가 어긋나지 않고, 누군가의 대타가 되지 않고, 누군가의 실수가 되지 않도록 말이죠. 그게 그리 어려운 걸까요? 공감과 경계 사이에 글들이 가득했던 한국단편소설.. 여러분의 월급은 충분하신가요? 궁금하시면, 이 책을 추천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