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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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협찬받았습니다.



그 김밥집의 낯익은 로고와 함께, 야채와 계란이 든 저렴한 김밥이 갑자기 전국으로 퍼져나간 것은 IMF가 온 나라를 강타하고, 사람들이 겨우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던 2000년 무렵이었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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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에는 무엇을 드셨나요? 저녁 메뉴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하네요. 가족과 함께하는 집밥이었을까요? 아니면 친구나 동료와 함께 하는 짧은 시간이었나요? 식사하셨나요?라는 질문이 인사가 될 정도로 밥 한 끼에도 많은 의미와 사연과 추억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루 삼 끼.. 아니 최소한 두 끼는 먹어야만 하는.. 그리고 누군가 만들어야 하고, 누군가 함께 또는 혼자서 먹어야만 할 테니까요. 이 모든 것이 김밥천국이라는 작은 분식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음식 하나로 연결되는 이야기들 안에 말이죠. 음식 이야기면서도 사람 사는 이야기.. 군침 돌게 만드는 한국 단편소설 중에서 여러분은 어떤 메뉴를 선택하실지 궁금하네요.




모두가 가난하고 돈이 없던 그 시절에 김밥이나 라면, 국수 같은 간단하지만 따스한 음식을 24시간 저렴하게 만날 수 있던 김밥천국. 편의점이 없던 그 시절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던 곳이었던 거 같은데요. 그 시절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지만, 여전히 우리 삶에는 애틋한 사연과 힘겨운 하루가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김밥천국이라는 곳은 배고픔을 달래주는 분식점이 아닌, 삶의 허기를 채워주는 소중한 장소인 듯하네요. 열 편의 이야기 안에서 위로받고 위안을 받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거든요. 바로 우리처럼 말이죠. 바로 여러분처럼 말이죠.

아무도 자세히 봐주지 않는 학습지 선생을 하는 은심은 암 투병을 하면서도 배움을 놓지 않는 어르신을 만나면서 미래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귀를 닫고 말만 많은 상사 덕분에 엉망이 되어버린 홍보자료로 온갖 민원에 시달리는 팀장 은희는 자신의 꿈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나이차가 많은 남편의 동생 뒷바라지를 해준 아내 영주는 남편을 이해하면서도 답답하기만 하네요. 사랑하는 남편을 믿고 한국으로 온 리엔은 주변 사람들의 차별에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힘든 이들.. 우리 중에 누군가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하고 힘나게 하는 것은 따스한 음식 하나라고 하네요. 인천에서 시작한 분식점인 김밥천국에서 만난 소박하지만 맛난 음식들.. 김밥, 떡볶이, 오므라이스, 김치만두, 비빔국수, 돈가스, 오징어덮밥.. 





학창 시절 친구들과, 또는 혼자서 간단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던 곳.. 그리고 취업해서 홀로 지내면서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는 따스한 음식 한 접시를 가볍게 만날 수 있었던 김밥천국.. 이번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옛 추억이 떠오르더라고요. 나름 힘듦과 아픔이 있었던 그 시절에 먹었던 라면 한 그릇과 김밥 한 줄은 정말 맛있었던 거 같아요. 뭔가 바쁘고 정신없고 허술했던 시절이었지만, 그때는 지금과 다른 즐거움이 많았던 거 같거든요. 

아마 지금도 많은 이들이 김밥천국의 메뉴 같은 소박한 음식에 각자의 사연이 있겠죠? 그들이 마주한 현실에 고민하고 아파하면서 말이죠. 따스한 음식 하나에 위로를 받고 위안을 받으면서 말이죠. 문득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됩니다. 어떤 위로를 받을까 기대가 되네요.  수많은 메뉴가 있겠지만, 오늘은 떡라면 한 그릇과 참치김밥 한 줄이.. 아니 쫄면.. 아니면 찐만두.. 이런! 다 먹을 수 있겠죠? 자주 하면서.. 재미나면서도 따스하고 부럽기까지 했던 에세이, 여러분의 삶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이번 주말에 만나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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