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제목이 길어도 너무 길어서 기억하기 힘든 책이네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하는 것이 있잖아요. 말줄이기.. 이 책의 제목은 “우주구슬”이라고 기억하기 쉽게 부르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줄여놓으니 오히려 너무나도 SF 소설다운 제목이기에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이야기일까요? 우주에 구멍이 생긴다는 건가요? 목차를 살펴보니 무려 15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작품이더라고요. 미국 문단의 슈퍼스타 줄리애나 배곳의 책이라고 합니다. 인기 작가의 소설답게 넷플릭스, 앰블린, 파라마운트, 라이언스게이트 영상화 진행을 논의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천선란 작가의 추천사까지 있으니 믿고 읽어봐도 되지 않을까요?



<가스라이터>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잘은. 나는 임대한 신체를 입은 당신이 칸막이 너머 창가에 서서 밀밭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
p.155

누군가를 심리적으로 압박해서 자신의 뜻대로 하게 만드는 가스라이팅.. 어느 미래에는 이런 기술이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해서 활용되는 듯합니다. 흥신소에 도움을 요청하듯이,, 탐정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하듯이,, 누군가를 가스라이팅 하기 위한 돈을 지불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작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은 임대한 신체에 들어가 있는 AI라고 합니다.

프로토콜에 의해 진행하고, 준비된 매뉴얼을 바탕으로 상황별 가이드를 전해주면서 의뢰인의 가스라이팅을 도와주는 AI가 주인공인데요. 그는 작업 중에 이상한 상황을 마주합니다. 의뢰인의 타깃이 역으로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는데, 회사 그 누구의 고객도 아니라네요. 그렇다면 누군 걸까요? 바로 탈출한 AI..!!! 그리고 그에게도 탈출 제안을..!! 과연 그의 선택은..?? 흥미롭지만 살짝 무서웠던 이야기였기에 기억에 남네요. 이미 다양한 AI가 개발되고 일상화되고 있는 요즘에 자주 생각하는 주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인간과 AI는 어떤 관계로 나아갈까요?



<역노화>
나는 서른네 살. 아빠는 아홉 살.
p.180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담은 작품 ‘역노화’는 너무나도 좋았답니다. 평생을 무관심한 아버지였고 형편없는 남편이었지만, 가족이었기에 의료 기간의 연락에 급하게 달려간 딸. 그녀가 들은 소식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선택 2번’을 했다는 건데요. 소생술 포기, 그리고 유전자 역전.. 점점 젊어지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신기술이랍니다. 대략 10년 정도를 하루 만에 살게 된다고 하네요.

80세의 아버지. 다음 날에는 70세, 그리고 매일매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어려지는 아버지와 그를 지켜보는 딸의 이야기였는데요. 태어날 때부터 아빠였던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 다시금 젊음을 만끽하지만 예정된 죽음을 앞둔 남자, 그동안 미뤄두었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는 그들,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까지.. 우리의 인생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순간의 실수로 자신들의 부모가 인간이 아닌 로봇임을 알게 되는 ‘옥스헤드의 아이들’, 데이트 연애 매칭 앱에서 점수가 안 좋으면 연애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린다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이를 촬영한 그녀가 죽은 아버지를 촬영하고자 하는 ‘홀리 마틴 여기 있다’,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자에게 그 비밀을 아는 남자가 도움을 청하는 ‘지금의 지금’.. 독특하면서도 특이한 이야기들이 하나 가득인 짧은 소설들에서 각각의 매력에 빠지게 되네요.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진 않고 있네요. 깨끗하고 맑고 산뜻한 미래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삶이었거든요.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했지만, 세상의 존폐와 멸망보다는 우리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아픔 이야기들.. 그렇기에 더 현실적인, 더 안타까운, 더 바라보게 되는 내용이었던 듯합니다. 영상화를 하고 있다니, 어떤 화면으로 담을지 궁금해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