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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삼사라 서 1
J.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4년 9월
평점 :
소원을 이루어주겠다.
…… 왜?
네가 온전히 절망했으니까.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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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우선 굉장히 두껍네요. 무려 800 페이지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런 책이 한 궈 더 있다고 하네요. 총 2권으로 이루어진 SF 판타지 소설이었는데요. 심상치 않아 보이는 표지의 그림도 눈길을 사로잡네요. 시각적 ASMR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유명한 람한 작가가 소설 속의 거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심오합니다. 오컬트적이면서도 동양적이고, 신비로우면서도 친숙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쓴 김보영 작가. 그녀는 이미 다양한 작품으로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고, 세계적인 문학상에도 여러 번 후보에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설국 열차>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고, <듄>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함께 했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F 판타지 작가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 그녀가 이번에 새로운 필명으로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너무 기대되는 소설이네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작심하고 쓴 작품이라는 이야기니까요.
소설 속의 세계관은 어마어마합니다. 이렇게 크나큰 그림을 이렇게나 매력적인 이야기로 풀어놓다니,, 역시 대단하네요. 인간의 마음, 그리고 인간들의 욕망이 모여서 만든 장소,, 바로 심소. 이 안에서 탄생하는 욕망의 결정체 카마와 그 카마를 유혹해서 자신만의 부하로 삼는 마구니가 있다네요. 그리고 이들이 본체를 장악해서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기 전에 처리하는 퇴마사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양쪽 진영에 최종 보스와 비운의 영웅이 있었네요. 상대에게 받은 모멸감을 고스란히 복수하기 위한 욕망 덩어리, 하지만 나보다 약한 자를 향하는 복수를 만드는 두억시니는 시간이 갈수록 거대해집니다. 한때 퇴마사들의 지도자 중 하나였지만, 스스로 카마와 마구니에게 손을 내민 광목천과 그의 제자인 마호라가는 조금은 독특한 퇴마사들이네요. 과연 이들의 전쟁은 끝날 수 있는 걸까요? 점점 허물어져가는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걸까요? 선과 악의 충돌이 시작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절망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간 수호가 알 수 없는 존재를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산처럼 거대한 존재.. 소원을 이루어주겠다며 물어보는데요. 이루고자 하는 욕망.. 카마의 탄생..! 그런데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고 전략과 전술을 쓸 수 있는 지적인 카마였거든요. 물로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전투를 하는 바루나.
하지만, 퇴마사 마호라가에게 걸립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다리 한쪽이 없어서 의족을 쓰고 있는 꼬마 여자 아이지만, 심소에는 다양하게 변모하는 기계 다리와 날카로운 검으로 세상 누구보다 강력한 마호라가. 오직 자신의 목적 달성만이 절대 진리인 카마 바루나는 마구니와 절대 계약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목숨을 부지합니다. 수호의 망가진 손가락이 만드는 거대한 검이 필요했기 때문에.. 상대의 능력을 복사하는 두억시니를 상대하기 위한 동료 퇴마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숨돌릴 틈도 없네요. 이야기는 정말 빠른 속도로 전개됩니다. 수호 마음속에 등장한 마구니, 어느 틈에 만난 두억시니, 바루나를 없애기 위해 나타난 또 다른 퇴마사, 카마를 살려두고 두억시니와 싸움을 준비하는 마호라가를 저지하는 퇴마사 집단, 다양한 카마들과의 전투.. 육체나 마음의 상처가 있는 현실 세상의 존재들도 힘들고, 마음속에서 강력한 상대와 싸워야 하는 이들도 힘드네요. 하지만,, 빠져들어서 읽게 만듭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듯하지만,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점차 그림이 그려지네요. 그리고 응원하게 되고, 의심하게 되고, 물어보게 됩니다. 그래서,, 수호의 소원은 뭘까요? 인간의 욕망은 정말 나쁘기만 한 걸까요? 우리 세상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정말로 이런 벽돌책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싶더라고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 욕구, 욕심을 이렇게 환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너무 놀랍고 재미나더라고요. 조금씩 밝혀지는 정체와 끊임없는 전투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네요. 이제 두억시니를 잡으러 가는 걸까요? 광목천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루나를 만든 마구니는 도대체 누구죠? 마호라가와 아난타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걸까요? 퇴마사 안에 숨어든 카마와 마구니는 정말일까요? 800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판타지 소설을 읽었는데 수많은 궁금증만 남았습니다. 이제 답을 찾아 2권을 펼쳐봐야겠네요. 두렵기보다는 기대되는 벽돌책,, 올해 읽어본 책들 중에서 최고의 SF 판타지 소설이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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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