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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평점 :

겉덮개를 천천히 뒤로 벗겨낸 뒤, 트럼프 카드만 한 조그만 검은색 노트를 살짝 꺼냈다. 나는 헉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뭘 찾아낸거지?
p.256
에밀리 브론테의 사라진 원고에 대한 힌트를 발견했다? 그녀의 유일한 소설 '폭풍의 언덕'에 이어 출간하려던 원고가 있었다? 이것만큼 짜릿하고 흥분되는 사건이 있을까요??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을 보물을 찾아가는 이야기. 자신의 숨겨진 힘을 발견하고 용기를 내는 이야기.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따스한 이야기.. 아쉽게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소설에 담긴 사건이었는데요.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사건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꿈꾸는 이야기가 아닐까도 싶었고요. 한 권의 책과 신비한 서점으로 연결되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잠시나마 행복한 꿈을 꿔봅니다. 그리고 이들의 용기를 응원하게 만드네요. 궁금한 비밀의 서점에 함께 가보실래요?
보든 부인의 집에서 입주 도우미로 런던에 정착한 마서. 우연히 집 앞을 서성이던 수상한 남자와 말을 섞게 되는데요. 그 수상한 남자는 역시나 이상한 이야기를 합니다. 12번지에 살고 있는 마서에게 빈 땅인 11번에 대한 이야기를 하네요. 이곳에는 분명 서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리고 그 서점에는 아무도 찾지 못한 에밀리 브론테의 숨겨진 원고가 있을 거라고 말이죠. 수상한 것을 넘어 이상하기까지 한 남자. 헨리는 고서적 추적을 하면서 논문을 쓰고 있는 박사 과정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뭔가 조금씩 연결이 되기 시작합니다. 남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마서는 갑자기 들리는 문장들을 몸에 문신으로 남겨놓고 있다네요. 그녀가 지내고 있는 반지하 방에는 갑자기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네요. 그녀의 고용주 마서 부인은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눈치입니다. 그리고,, 헨리와 마서는 서로 통하는 뭔가 있어 보입니다. 마서는 도망친 폭력 남편이 있고, 헨리는 고향에서 기다리는 약혼녀가 있지만 말이죠.

또 다른 인물, 오필린은 과거의 인물인데요. 여성의 권리가 너무나도 약했던 1921년 런던에서 강압적인 오빠를 피해 도망친 여인 오필린은 이 이야기의 시작점이었답니다. 소중한 인연을 만나 책의 세계에 입문하고, 귀중한 만남을 통해 숨겨진 비밀을 발견합니다. 그녀의 놀라운 발견! 그녀만의 신비한 서점! 하지만, 사랑한다 믿었던 남자에게 버림받고, 자존심 강한 오빠에 의해 감금당하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아이는.. 그녀와 함께 영원히 사라져버린 소중한 보물..
하지만, 그녀의 보물은 숨겨진 원고가 아니었던 듯하네요. 사랑과 용기로 이어진 인연이었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마음으로 연결된 이들의 이야기가 바로 진정한 보물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래서일까요? 판타지 소설이었지만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답니다. 그냥 놀라운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비밀의 원고와 사라진 서점의 응답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런던 헤이프니 레인 11번지. 10번지와 12번지 사이의 버려진 공터.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인 사라진 서점이 있어야 하는 자리, 아니 사라진 서점이 존재하는 공간에 가보고 싶네요. 브론테의 사라진 원고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그곳에 있을 듯하거든요. 지금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서점.. 저를 위한 마법도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분명 좋아할 이야기였고, 책과 거리가 있던 사람들에게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을 선택했다는 것부터 이미 마법에 걸린 것일 테니까요. 사라진 서점에 입장한 것일 테니까요. 오랜만에 푹 빠져서 읽었던 소설이었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다음 장이 궁금해서 잠들지 못했던 시간이었네요. 아마도,, 마지막 장을 덮고 잠든 그날은 꿈속에서도 사라진 서점에 가지 않을까 싶어요. 오필린과 마서와 헨리의 이야기가 아닌,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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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