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아줌마 - 사노 요코 10주기 기념 작품집
사노 요코 지음, 엄혜숙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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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핑크 표지 때문일까요? 언덕 위의 아줌마라는 흥미로운 제목 때문이었을까요? 지나가던 아이가 슬쩍 보더니 관심을 가지네요. 어떠 이야기냐고 물어보길래,, 날씨 요정, 아니 날씨 마녀 연극 희곡이라고 살짝 이야기해 줬답니다. 그 아줌마가 언덕 위에 살고 있다고 말이죠. 그랬더니 혹시 눈도 내리게 하냐고 물어보더니, 눈 내리면 언덕 위에서 썰매 타고 내려올 수 있으니 재미나겠다는 한마디를 하고 가버리네요. 역시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의 생각입니다. 날씨 마녀라고 했는데, 눈썰매 이야기로 넘어가버리네요. 아마 사노 요코의 작품집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림책 작가로 엄청 유명한 분이시거든요. 모르셨다고요? 사실 저도요.

사노 요코?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이었는데요. 알고 보니 <100만 번 산 고양이>라는 그림책으로 유명하신 분이더라고요. 저만 몰랐나 봅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이자 수필가이신데 말이죠. 그런데, 그녀는 재미나게도 스스로 글을 쓰는 것이 본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네요. 원고 청탁을 받으면 빠르게 쓰고, 완성된 인쇄물은 어딘가에 던져두었다고.. 그래서 그녀의 작품들은 아직도 꾸준히 발견된다고 합니다.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오는 요술 항아리처럼 말이죠. 덕분에 아직도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니 독자로서 즐겁네요. 이번에도 10주년 작품집도 새로 발견된 작품들로 가득하다고 하니 기대됩니다.

희곡을 책으로 만나본 적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이번에 처음이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낯설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읽으면서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판타지 동화 희곡이었기에 너무 재미나게 읽었는데요. 바로 표제작인 <언덕 위의 아줌마>였답니다. 날씨 요정.. 아니 날씨 마녀! 날씨 괴물인 아줌마의 감정을 곧바로 날씨에 영향을 준다고 하네요. 비가 오다가 화창하다가 우박이 떨어지기도 하고 번개가 번쩍!! 그런데, 이 동네로 이사 온 소방서 서장님 아들 루루는 무섭지 않은가 봅니다. 언덕 위 아줌마에게 놀러 갔다고 하네요. 날씨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순진한 건가요? 아니면 상황 파악이 안되는 걸까요? 과연 루루는 괜찮을까요?? 이런 연극이라면 아이와 함께 보러 가고 싶을 듯하네요. 아니, 아이와 함께 집에서 해볼까요?




3살부터 30살까지 그녀의 의복 변천사라는 작품들도 있었는데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런 글들을 남겼을까 의문이었지만, 그녀 특유의 그림과 함께 한가득 적혀있는 글들은 재미나네요. 그 시절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면서, 그 나이의 그녀가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었나도 보였거든요. 춥디추웠던 베이징에서의 어린 시절, 전쟁으로 피폐해진 일본에서의 학창 시절, 한창 멋부리고 싶었던 청춘 시절, 세상 물정을 아직도 몰랐던 30대 임산부 시절까지.. 40여 년 전에 <우리 세대>라는 시리즈물 단행본에 담겨있었다고 하네요. 문득 하나의 주제로 나만의 역사를 기록해 보면 재미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음.. 뭐가 좋을까요?

아침이라며 숲속 친구들을 깨우러 다니고, 예쁜 꽃을 키워서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곰 이야기,, 오빠, 아빠, 친구들에 대한 다양한 에세이,, 그 시절 그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복장 변천사 기록,, 국민 시인 다니키와 슌타로와의 연애 및 결혼 이야기까지,, 장면 하나하나 상상하면서 읽은 판타지 동화 희곡.. 사실 하나의 주제나 장르로 이루어진 작품집이 아니라 조금 걱정했는데요. 읽으면서 오히려 이런 부분 덕분에 재미났던 거 같네요. 이미 오래전에 활동했던 그녀였지만,, 중국과 일본이라는 조금은 다른 지역의 삶이었지만,, 그림과 함께 하는 그녀의 다양한 글은 매력적이네요. 지루할 틈이 없었던 10주년 작품집!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네요. 아니, 그녀의 대표작부터 만나봐야겠습니다. 이제 사노 요코가 누군지 알았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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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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