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물개
김정용 지음 / 부크크(bookk)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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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 대학교에서 수험생 추천 도서를 분야별로 100권씩 소개했다고 하는데요. 문학 부분에서 50번을 '이방인', 51번을 '아Q정전'으로 선정했다고 하네요. 순서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모두가 관심 있는 책은 1번 도서일 테지만,, 이들은 50위와 51위에 관심이 있나 봅니다. 이들의 토론? 아니 궤변에 가까운 대화는 뫼르소와 아Q가 같다는 주장에서 시작해서 이들이 살인을 했느냐, 사형당했는 가에 대한 논의를 거칩니다.

그리고 인생을 잘 살았는지에 대해서까지 도달합니다. 하지만,, '잘 사는 삶'을 알려면 우선 '삶'이라는 것부터 알아야 하는 것이라네요. 그러나 다 살아보지도 못했으면서 삶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다 살아보면 죽음이기 때문에 결국 잘 사는 삶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이상한 논리지만 이상하게 동의할 뻔했던 궤변? 이보다 더 이상하지만 빠져드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네요.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새벽 4시 29분에 작은방에서 울리는 핸드폰과 괜찮은 거냐는 질문.. 사실 새벽도 4시 29분도 거짓말! 전화가 온 것도 거짓말! 게다가 작은방이란 것은 없다네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이길래 이렇게 시작할까요? 당황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보았는데요. 비 예보가 있었지만 쨍한 날씨에 기상청 다니는 친구를 떠올렸더니, 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듣게 되네요. 심장이 안 좋았던 친구는 순두부찌개를 먹다가 갑자기..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죽은 친구와의 함께 나누었던 궤변들, 갑자기 나타난 여인들, 친구가 남긴 유물들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연쇄살인사건까지 이상하게 연결됩니다. 죽은 친구의 방, 그 친구의 누나 집,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인의 집과 죽은 친구의 연인이었던 옛 직장 선배의 집까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게 되네요. 과거와 현재로 왔다 갔다 하고, 나와 친구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오고, 사건들이 말꼬리 잡듯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헷갈리진 않더라고요. 그들의 모습들이, 그 순간의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거든요. 오묘한 말장난이 매력적이었거든요.

이름도 어려운 희귀병 판정을 받은 친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심장을 가지게 됩니다. 언제 죽어도 놀랍지 않은 시한부인 그는 마지막을 준비하는데요. 언제 던질지 고민만 하는 사직서를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어쩌다 보니 양다리 연애를 하게 되고, 마지막이라는 순간은 언제인가를 가지고 궤변을 늘어놓네요. 그리고 소설 하나를 쓰기로 했다는데요. 어느 순간 삶에 대한 회의감에 잘나가는 서커스를 떠나버린 물개 이야기. 하지만 그 물개는 한 번도 스스로 물고기를 잡아본 적이 없다네요. 배고픔.. 서커스 단장이 퇴직 선물로 준 정어리 양동이를 거부했다는 뿌듯함이 곧 후회로 바뀌고 있다네요.

아마도,, 이 이야기의 인물들이 바로 서커스 물개가 아니었을까요? 생각해 보니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진짜 이름이 없더라고요. 찰리 브라운에 나오는 주연도 조연도 아닌 캐릭터 픽펜, 순수하게 자신만의 이름을 정하고 싶지만 아직이기에 임시로 정한 이름 미정.. 마가리타, 노마, 뱅상 카셀, B, 츄바카.. 과연 이들은 잘 살고 있는 걸까요? 삶은 끝나봐야 잘 살았는지 아는 거지만 삶이 끝나면 죽음이기에 결국 알 수 없다는 궤변 속에서 말이죠.

과연 이 기묘하면서도 매력적인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보여줄까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죽은 친구가 썼다는 소설처럼 말이죠. 작은 상처를 자세히 살펴보니 지퍼였다는 것을 알게 된 물개 이야기의 결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지퍼를 열고 나타날 반전이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사라진 누나의 행방도, 죽은 친구의 노트북 휴지통에 남아있던 파일의 비밀번호도, 추모공원에서 상담을 받으며 시간을 끌어달라는 이상한 요구를 하고 죽은 여인의 비밀도.. 역시나 너무 궁금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재미나게 읽고 있는 독자에게는 살짝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수많은 이야기들의 결말은 도대체 뭘까요? 기대되고 궁금합니다. 과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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