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존이란 단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분열이라는 반대 뜻의 단어가 떠오르더라고요. 미디어의 발달과 인터넷의 보급,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채널들이 많이 생기면서 세상은 진짜 정보와 거짓 정보가 넘치는 사회가 되어버렸는데요.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학의 발전이 오히려 이렇게 각자의 의견만 내놓고 귀를 닫아버리는 사회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물론, 과학의 잘못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문제겠지만요..

 

최첨단 시대라는 21세기에 눈에도 보이지도 않는 작디작은 세포 하나,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혼돈에 빠진 코로나 시대. 미지의 대상에 대한 공포와 혼란은 이런 분열을 더 깊게 만들었고, 수면 위로 더 부각시키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넉넉할 때나 가능했던 공감과 위로보다는 나를 먼저 보호해야 하는 시대였기에.. 우리보다 내가 먼저일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었기에.. 이해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지 않을까요? 아니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요? 따로가 아닌 함께를 바라보는 이야기들이 담긴 단편소설들을 만났는데요. 그 안에서 조금 더 생각하게 만드네요. 내가 아닌 우리를..

 

여성, 노인, 청소년, 장애인, 환자,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들이 담긴 단편들이었는데요.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를 꿈꾸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잖아요. 누군가는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들을 차별하는 누군가일 수도 있고, 이유가 어찌 되었건 경제적인 어려움일 수도 있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텐데요. 우리 모두 그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양한 이유로 그들과 반대편에 서있곤 하네요. 저 역시..

 

졸업 후에 취업을 못하고 아르바이트에 전전하면서 점점 지쳐만 가는 청춘의 서글픈 이야기 ‘에트르’, 절친 삼총사였지만 한 아이의 커밍아웃 선언에 불편했고 그 아이의 자살에 힘들었던 과거를 고백하는 ‘고백’, 춥디추운 겨울에 온기 하나 없는 방에서 죽은 아내가 데려다 놓은 개와 마주하는 ‘고요한 밤, 거룩함 밤’, 돈을 벌기 위해 학생비자로 위장 입국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계약직 강사 ‘중국어 수업’ 등등.. 약하디 약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는 불쌍하다는 동정보다는 가슴 아픈 공감을 하게 만드네요.

특히, 대형 마트의 파견 계약직에서 해고당한 이모의 이야기와 잠시 돌보게 된 자폐 성향의 조카의 이야기는 마음이 찡해집니다.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엄마와 이를 힘겨워하는 조카,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이모.. 각자의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그들의 입장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래도 어디선가 뛰어내리고 싶어 하는 조카와 함께 수영장으로 점프하는 이모의 마지막 장면은 아름답네요. 이모와 소통하며 아이가 행복해하던 그 순간만큼은..

 

창비 교육에서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테마 소설 시리즈 중에서 이번 작품은 공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그동안 만났던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네요. 단편 소설 하나하나 빠짐없이 너무 좋았어요. 우리들 중에 누군가의 이야기였고, 다양한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었거든요. 이제는 내가 아닌 우리로써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모두가 함께 읽었으면 하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추천하고 싶네요. 당신께..

 

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