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의 일곱 개의 달
셰한 카루나틸라카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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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달이라는 제목과 표지에 있는 동그라면서 다양한 이미지.. 우주 어딘가에 있는 외계 행성의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던 책을 만났는데요. 읽어보니 그런 우주 저 멀리에서 벌어지는 sf 소설이 아니더라고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스리랑카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었답니다. 죽은 자의 영혼이 인간 세계와 겹쳐있는 중간계에서 미쳐 끝내지 못한 일들을 하는 이야기?

하지만, 단순히 신기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더라고요. 우리가 잘 몰랐던 스리랑카의 아픈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우리의 아픈 역사소설과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그들이 경험한 아픔의 이유는 조금 달랐지만, 그 깊이는 만만치가 않아 보이네요.

 


딱 세 단계면 돼. 첫째, 자신의 유골에 대해 묵상한다. 그런 뒤 귀 검사를 받는다. 이어 탄생의 물에 몸을 담근다. 달이 일곱 번 지나기 전에 모두 마쳐야 해. /p.138

도대체 무슨 일인 거죠? 뜬금없이 뭘 하라고요?? 귀검사를 받고 물속에 들어가라고요? 자신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주인공 말리는 정신이 없을 듯하네요. 자신은 유령이 되었는데, 아무도 상황 설명은 안 해주고 이리 해라 저건 안된다 간섭하고 조언만 해주는데요.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건가요? 난감합니다.

귀 검사는 빛으로 나아갈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고, 탄생의 강은 과거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하네요. 인구 과잉의 중간계, 이전 인생에 집착하는 영혼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는데 왜 다들 떠나지 못하는 걸까요? 다음 생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걸까요? 말리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달이 일곱 번 지나기 전에 마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곳에 영원히 묶여서 악마를 위해 일하는 존재가 되어버릴까요?

‘하필 안 좋은 곳에 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던 말리. 서툰 연기자였고 푼돈 받고 일하는 작가였지만, 프레임을 설정하고 진부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진에 뛰어났던 말리는 많은 이들을 위해 일을 했었다네요. 그 누구의 편도 아니면서 돈만 준다면 그 누구를 위해서라도 일하는.. 그 누구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기에 살아있었던 그였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죽음을 맞이했는데요.

그런 그의 유산은 바로.. 가장 위험한 사진을 모아놓은 침대 밑 신발상자였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이 상자가 필요한가 봅니다. 누군가를 처단하기 위해?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말리는 그 사진을 먼저 찾기 위해 빛을 향해 갈 수가 없다고 하네요. 일곱 개의 달이 지나기 전에 마지막 임무를 완수해야만 합니다.

 


스리랑카라는 굉장히 생소한 나라의 역사가 담긴 책이었어요. 독특한 국가명이라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문화와 역사는 문외한이었는데.. 이곳 역시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었나 보네요. 서문에 쓰인 작가의 글을 읽으며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유령이 바람을 타고 다니고 점성술사를 통해 비밀을 찾는 이야기 속에서 스리랑카의 아픈 역사에 대해 더 자세한 모습들을 보게 되었네요. 서구 열강의 침략과 독재, 타락.. 그리고 민족의 분열로 지속된 내전. 대한민국은 분단이었지만, 스리랑카는 끝이 없는 분열과 분쟁이었다고 하네요.

문학을 통해 1983년 폭동의 진상을 고백하고, 스리랑카 내전의 아픔을 공개하면서도 그 안에서 세상을 향한 분노나 정의 실현이 아닌 이야기. 지극히 개인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였기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부커상을 수상한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꽤 두꺼운 책에 낯선 단어와 역사,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전개와 묘사들로 완독하는데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원하는 분들께는 좋은 책이 될 듯하네요.

 

 

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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