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송태욱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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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여인은 누굴까요? 예스럽기도 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커다란 흰 꽃 장식의 보라색 모자와 레이스가 예쁜 블라우스를 입고 에펠탑을 배경으로 서있는 그녀. 그녀의 어머니라고 하기엔 너무 젊어 보이네요. 아마 소설의 주인공 미쓰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겉표지를 벗기니 굉장히 고풍스러운 무늬가 나옵니다. 옛 저택의 벽지에서나 볼 듯한 색감과 무늬.. 이건 그녀의 어머니의 흔적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떤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길래 표지에서부터 이렇게 비밀스러운 걸까요? 무슨 싶은 사연을 담고 있는 걸까요?


 


 

어머니의 죽음은 더 이상 피하고 싶은 슬픔이 아닌가 봅니다. 불효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에게는 희망 사항인가 보네요. 자신보다 언니를 더 챙겼던 엄마, 아빠를 요양병원에 버리다시피 방치한 엄마, 뒤늦게 다른 남자와 함께 하겠다던 엄마, 고고하고 콧대 높은 자존심에 누구와도 어울리기 힘든 엄마, 넘어지고 부러지고 다쳐서 더 이상 거동이 힘든 엄마, 시간이 지날수록 치매와 고집이 심해지는 엄마..

그래도 엄마니까.. 사랑한다 말하긴 힘들어도 그녀의 엄마였기에 버티고 버텼지만, 더 이상 그녀는 버틸 힘이 없는 거겠죠? 노화와 죽음.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그 자연스러움 뒤에는 누군가의 희생과 아픔이 있네요. 삶에 대한 미련? 애착? 하지만, 또 한편에는 돌봄 노동이라는 잔혹함이 함께 있군요. 엄마, 도대체 언제 죽어줄 거야?라는 문장이 이렇게 가슴을 저리게 만들 줄은 몰랐네요.


 

 


결국 엄마가 그녀에게 남긴 유산은 무엇이었을까요? 결국 그녀가 하고픈 이야기가 바로 이것에 대한 이야기일 텐데요. 철저하게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가족 이야기를 기나긴 독백처럼 했던 이유.. 찬찬히 생각해 보니 이 모든 이야기는 독자인 저에게 말하고 있던 게 아니었네요. 그녀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던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아버지, 어머니, 언니, 남편.. 그들에게 묻혀있던 그녀의 삶을 이제라도 꽃피우기 위한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과연 그녀는 어떤 꽃을 피우기로 했을까요? 그녀가 받은 유산은 무엇일까요?

차분하게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풀어놓고 있는 소설이었는데요. 중년의 여성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백하고 있었는데요. 요즘 제가 좋아하는 한국 현대 소설과 결이 비슷한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곁의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그런... 그래서 반갑게 읽었던 책이었답니다. 오랜만에 읽은 자극적이지 않은 일본 소설이기도 해서 반가웠네요.

 

 

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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