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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불안 - 어느 도시 유랑자의 베를린 일기
에이미 립트롯 지음, 성원 옮김 / 클 / 2023년 5월
평점 :

불안은 불안인데, 온전한 불안이 있을까요?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에이미 립트롯의 신작 에세이의 제목은 낯설면서도 친숙한 단어였는데요. 완벽함과는 조금 다른, 모든 것과도 조금 다른 느낌의 단어 “온전함”, 그리고 온전함과 함께 쓰인 단어 “불안”.. 평범한 에세이가 아닐 듯싶어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녀가 새롭게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어떤 삶의 기록들이 담겨있을지 무척 궁금하더라고요.

유랑자들의 도시 베를린에서 스쳐 지나가는 일상들을 그녀만의 독특하면서도 자조적인 목소리들로 채워놓은 책이었는데요. 두꺼운 책은 아니었지만, 단어 하나하나와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무게는 꽤 묵직하더라고요. 쇳덩이의 무거움이라기보다는, 물에 푹 젖은 솜뭉치의 묵직함이 더 가깝지 않았을까 싶은 책이었답니다. 무심한 듯한 그녀의 문장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머무는 도시에서 외로워하는 그녀의 이야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이게 바로 온전한 불안인가 보네요.

달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있다. /p.9
굶주림의 달, 벌레의 달, 딸기의 달, 곡식의 달, 사냥꾼의 달.. 훌쩍 떠나서 도착한 도시 베를린. 그곳을 떠나는 순간까지 한 달 간격으로 기록된 그녀의 일상들과 생각들은 다양한 달들이 제목으로 붙어있더라고요. 첫 장에서부터 등장한 달 이야기. 누군가 했더니 하늘에 떠있는 바로 그 달이더라고요. 내 위치를 알고 있는 스마트폰의 어플이 알려주는 달의 모양과 방향, 거리에 대한 알람들.. 언제 어디서든 그녀가 눈 맞출 수 있는 달은 바로 그녀의 이야기였던가 봅니다. 아니, 달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가 바로 이런 것들이었나 보더라고요.

앤디 워홀은 자신의 일기장에 자신을 A, 자신과 함께 있는 누군가를 모두 B라고 칭했다고 하네요. 그녀 역시 모든 이들은 B입니다. 어떤 이유로 만났던, 어떻게 만났던, 어디에서 만났든.. 그녀는 B라는 누군가를 이야기합니다. 분명 존재하는 인물이지만, B라는 이름 하나로만 통용되는 누군가. 이름 없는 그들은 결코 그녀의 외로움을 채워주지 못하네요. 그래서, 그녀의 삶은 모든 게 일시적이고 모든 게 순간적인가 봅니다.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저도 가보고 싶어졌어요. 그녀와 같은 일상을 지낼 수도, 그녀와 같은 이야기를 쓸 수는 없겠지만.. 제 나름의 느낌과 생각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거든요. 이제는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는 그녀의 대표작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녀가 만든 이야기, 아니 그 이야기들이 만든 그녀가 궁금해지네요. 차분한 사색에 잠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