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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평점 :

이런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10분만 더 공부하면 남편 직업이 바뀐다”, “쓸고 닦기만 잘해도 시집은 간다”, “대학 가서 미팅 할래? 공장 가서 미싱 할래?” 농담처럼 웃고 넘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사실 기분 나빠야 하는 이야기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난이라며 누군가를 무시하고 차별하고 판단해버리고 있나 봅니다.
더 안타깝고 슬픈 것은,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되고 더 큰 아픔이 될 거라는 것이네요. 그냥 웃음으로 넘길 수도, 단호하게 거부할 수도 없는 그 시절의 연약한 아이들.. 아프면서 성장한다지만, 이런 식으로 세상에 마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축구선수를 꿈꾸었던 무경, 약자의 자리에서 혼자 외로워하던 예찬, 친구의 아픔으로 보고 참을 수 없었던 현정, 사랑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결정을 했던 서연. 이들은 운명처럼 한 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었거든요. 바로 올바른 행동을 했지만 오히려 독이 되어 버렸던 기억들.. 하지만, 다시 한번 올바른 행동을 하겠다는 용기와 의지가 있었거든요. 성폭행을 당한 친구를 위해, 잘못된 행동들을 멈추기 위해, 권위로 눌러왔던 숨겨진 문제에 대해, 사랑이라는 핑계로 벌어지던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
그런데, 왜 이들이 미안하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건가요? 누군가는 그들이 여지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는 괜히 시끄럽게 일을 만든다고, 누군가는 학교 명예를 더럽힌다고.. 숨기고 감추고 없던 일로 만들면 괜찮아지는 건가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아파할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줄 함께하는 누군가였던 거 같네요. 나를 믿고 나를 쓰러지지 않도록 해주는 “우리”가 있었기에 파도의 물결을 만들어냈거든요. 그들이 만든 꼬리가 모여 정말로 파도가 되었거든요. 누군가를 믿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만 하던 아이들이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함께 하려는 이들이 있었고요. 다행입니다. 다행이네요.

“아직도? 설마.. 진짜로??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책을 읽으면서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파졌답니다. 우리 아이들은 꿈을 고민하고 우정을 쌓아야 할 시간도 부족한데 이렇게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있어야 한다니 말이죠.
한 명의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미안한 이야기였네요. 하지만 과연 제가 그들의 위치에 있었다면, 과연 그들이 저에게 손을 내밀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되더라고요. 혼자였다면 아마 저 역시 무섭고 두려웠을 듯해요. 하지만, 혼자가 아닌 우리였다면 저도 역시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당신이 함께였기에 저도 역시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