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의 것들 이판사판
고이케 마리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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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저녁. 그날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에는 인적이 없었는데요. 으스스한 기분을 떨쳐내며 빠른 걸음으로 귀가하던 그 순간, 뭔가 오싹한 느낌에 드는 거예요. 그런 날 있잖아요. 익숙한 곳이지만 왠지 낯선 느낌이 드는.. 그때 오른쪽에 뭔가 하얀 것이 보이는 거예요. 차마 고개를 돌리지는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후다닥. 하지만, 오른쪽을 슬쩍 볼 때마다 보이는 하얀 무언가..!!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집에 겨우 도착했는데요. 헉헉거리는 저를 보더니 동생이 하는 말 한마디...눈 옆에 밥풀 묻었어!!! 썰렁했나요?

 

오래전에 유행했던 이야기인데요. 얼마 전에 아이에게 들려줬더니 재미나다며.. 눈 옆에 이것저것 붙여놓고는 뭐가 있다며 패러디 난발을 하더라고요. 뭔가 이 세상에 없는 존재에 대한 공포!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번에 만난 책은 장난은 1도 없는 진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어요. 없다고는 하지만, 우리 옆에 있었던 존재에 관한 이야기! 아! 밥풀 이야기는 이제 잊어버리세요. ㅋ

 


 

한 권의 책에는 6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있었는데요. 길지 않은 이야기라서 하나씩 틈새 독서를 했는데요. 그 짧은 시간 동안 완전히 집중해서 읽게 만들더라고요.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러 고향에 방문했다가 평화로운 농로에서 가면을 쓴 여인과 마주친 순간에 떠오른 무서운 기억. 남편과 이혼하고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머문 교외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방문한 으스스한 시골 치과에 얽힌 이야기. 변두리 산골에 있는 여관의 지하 창고를 취재하고 돌아온 심령 납량특집 담당 피디가 함께 돌아온 이형의 존재 이야기. 붉게 노을 지던 어느 날 보았던 죽은 여인의 모습을 나중에 태어난 조카가 그린 이야기. 여름밤에 둘러앉아 말재주가 뛰어난 친구가 해주던 무서운 이야기처럼 실감 나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중간에 도저히 끊어서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답니다.

 


 

편집자 후기를 통해 알게 된 저자의 이력도 흥미로웠는데요. 여성 작가가 흔하지 않던 시절 작가가 되고 싶어 출판사에 취직했다가 때려치우고 글을 썼지만 그저 당돌한 제목으로 인기를 얻었던 그녀. 하지만, 자기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아픔을 극복하고 인기 작가가 된 그녀의 이력이 담겨있었거든요.

 

그중에서 '호러 소설의 명수'라 불린다는 저자라는 소개!! 책을 다 읽고 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짧은 단편에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잘 풀어놓았기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었고요. 과하지 않은 세밀한 묘사에 저도 모르게 그곳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공포! 하지만, 그저 비명만 지르게 하는 공포가 아닌, 눈을 뗄 수 없는 공포를 만들어낸 필력에 깜짝 놀랐답니다. 밥풀 이야기보다 훨씬 재미나고, 훨씬 무섭고, 훨씬 빠져들게 되네요. 그녀의 이름, 고이케 마리코 기억하고 있어야 할 듯합니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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