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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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시점에 계절과 너무 잘 어울리는 제목의 책이 나왔네요. 여름 하면 어떤 추억들을 가지고 계시나요? 시골 친척 집에 놀러 가서 놀던 방학이 떠오르시나요? 모래밭이 펼쳐진 바닷가에 놀러 갔던 기억은요? 저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갔던 어딘가의 수돗가에서 물놀이하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네요. 시원했던 물방울과 소란스럽던 친구들의 웃음소리.. 그 친구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일본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의 작품에서는 어떤 기억들이 담겨있을까요? 여름의 문을 열고 들어가 봅니다.

 


 

2008년 배경인 1부와 그로부터 8년 후 이야기인 2부로 나누어진 소설이었는데요. 주인공인 나쓰코에게 특별한 순간들이었나 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언니와 어렵게 자란 오사카 토박이 나쓰코는 작가의 꿈을 갖고 도쿄에 올라와 전전긍긍하던 시절이었는데요. 무슨 바람인지 가슴확대수술을 하겠다며 언니 마키코는 12살 딸 미도리코와 상경을 합니다. 엄마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던 사춘기 미도리코과 철부지 엄마 마키코의 관계가 1부 이야기였는데요. 나쓰코에게 30살의 여름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아이를 갖고 싶다는 건.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낳고 싶다는 얘기일까요? 그도 아니면 임신하고 싶다는 걸까요." (중략)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 봤는데요. 그걸 전부 포함하는 '만나고 싶다'라는 기분인지도 몰라요./p.392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6년부터 2년간의 이야기가 담긴 2부에서는 나쓰코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책 한 권을 출판했고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며 간간이 쓰는 연재 글로 나름 자리를 잡은 그녀. 갑자기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어 하죠. 남편도 애인도 없고, 남자와의 관계도 불편했지만..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 어떤 의미였을까요?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그러다가 만난 것이 바로 정자 기증이었는데요. 불임부부가 아닌 이상 일본에서 쉽지 않은 방법이었기에 그녀는 고민을 합니다. 아니, 그것보다 정체불명의 남자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될 아이가 걱정되죠. 자신의 탄생은 전적으로 누군가의 선택일 뿐,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기에 일방적인 폭력이라는 주장까지 들으면서도 만나고 싶었던 아이. 잊는 것보다는, 틀리는 쪽을 택하겠다는 나쓰코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녀는 여름의 문을 열고 아이를 만나게 될까요?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 따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존재를, 이렇게 당당히, 자기들 멋대로, 막무가내로 끌어들일 수 있나, 그걸 모르겠다고요, 그뿐이에요. /p.460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들 세상에 찾아오는 새로운 생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느님의 축복인가요? 세상에 내 존재를 남기기 위한 흔적인가요?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가요? 가족의 완성을 위해 필수 조건인가요? 불행과 아픔만 존재하는 세상에 또 하나의 불청객인가요? 다양한 생각과 입장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에게나 인생 최대의 사건이지 않을까 합니다. 누구나 각자의 입장이 있기에 뭐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더라고요. 막연하게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새로운 존재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 정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정답은 없겠지만요.

 


 

드라마틱한 큰 사건이 있거나, 하늘높이 치닫는 갈등이 있는 술술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저에게는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과 한방울씩 흐르는 땀방울, 길에서 올라오는 아지랭이가 느껴지는 이야기였는데요. 책 속의 여름은 표지의 파란 상쾌함이 아니었어요. 아마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에 대한 깊고 깊은 고민과 생각들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지금도 누군가는 새로운 생명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선택을 하고 있을 듯 한데요. 그런 분들께 이 책을 살짝 권하고 싶네요. 어떤 생각과 의견과 선택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조금 더 생명의 의미를 깊이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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