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 나태주 인생 이야기
나태주 지음 / &(앤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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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추억을 쓰고 싶었다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으신가요? 자기 객관화라고 어렵게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잖아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말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해 보입니다. 조금은 좋은 면을, 조금은 멋지게, 조금은 훌륭한 인물로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요! 나태주 시인도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이런 갈등 때문에 쓰고 멈추고 쓰고 멈추기를 반복했다고 하시네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하나씩 잊는 일이 잦아지면서 더 이상은 안되겠다며 펜을 드셨답니다. 고심고심한 인생 에세이, 추천 에세이.

 

 


 

기억이 아닌 추억을 쓰고 싶었다는 그의 고백이 담긴 프롤로그.. 기억이 꺼내어 되새기면서 상황에 따라, 감정에 따라 변형되는 추억! 이기적인 존재인 인간이기에 기억은 그리운 것이 되고 아름다운 것이 된다는데요. 그래서인지 나태주 시인의 인생 이야기였던 이 책은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였지만, 아름다운 모습들만 가득 담겨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모두가 어렵고 힘들던 시절 이야기였지만, 천진난만한 아이의 기억에는 따스한 가족과 이웃들의 이야기만 가득했답니다.

 

 


 

넓고 아늑하고 푸근했던.. 외할머니

 

어린 시절 집안 사정으로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그에게 외할머니는 또 하나의 엄마였다고 하네요. 한없이 넓고 아늑하고 푸근했던 외할머니의 등은 그에게 모든 근심 걱정을 사라지게 해주는 천국이었나 보네요. 함께 지냈던 시절의 이야기들, 오랜만에 찾아온 그를 반기던 할머니의 모습, 쌓인 눈 때문에 학교까지 함께 걸었던 그 길.. 그런 따스함이 아름다운 글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인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네요.

 

“엄마”라는 단어와는 약간 다른 느낌인 “할머니”라는 단어! 한 다리 건너 존재하는 관계지만, 손주에게 보내는 사랑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득한 존재. 멀리 계시더라도 언제나 무한 응원을 해주는 존재. 떠올리면 한평생 고생하시던 모습에 고마움의 눈물이 나오는 엄마와 다르게, 한없이 따스한 미소에 그리움의 눈물이 나오는 할머니. 저에게 “할머니”란 단어는 이런 느낌이랍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풀꽃 시인의 문장들

 

역시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느낌이 살아있는 그의 글이었답니다. 살아있는 표현 하나에 이야기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거든요. 나중에 써먹어야지 하면서 메모해놓았지만, 언제 쓰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담백한 어린 시절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담은 시가 함께하는 추천 에세이. 나태주 시인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자박자박 걸어서 줄이고 줄였던 길. 고달프기도 하고 기대에 부풀기도 했던 길 /p.68

평생을 그렇게 묵묵히 당신 생애의 강물을 건너가셨을 뿐이다. /p.213

왠지 모르게 봉숭아꽃 덤불 아래 나무 의자를 하나 가져다 놓고 앉아 있으면 나 자신도 봉숭아꽃이 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중략) 그 시절 나는 그냥 한 그루 봉숭아 꽃나무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p.284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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