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 역 광시곡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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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마주하는 순간들

 

각자의 아픔이 있었기에 다르면서도 비슷한 다다와 교텐. 이 둘의 교묘한 동거 생활은 3권에서도 계속됩니다. 도대체 몇 년 동안 같이 사는 건가요? 다다는 여전히 친구는 아니라고 부인하고, 교텐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다에게 얹혀살고 있답니다! 3권에서도 변치 않는 그들의 모습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스르륵 사라집니다. 뭔가 커다란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마한 기대가 완전 무너져버리죠!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둘이기에 서로의 아픔을 마주할 수 있었답니다. 혼자였다면 절대 못했을..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서로에게 기회를 만들어준 거죠. 의도했던 아니었든 간에 이들은 운명이었나 봅니다.

 

어린 아들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다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부모에게 학대당한 교텐.. 이들처럼 엄청난 아픔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저 역시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후회되는 아픔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그 아픔에 언제까지 슬퍼할 수는 없잖아요! 다들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거죠. 그냥 살아가는 거죠. 다다와 교텐도 이제는 깨달은 거 같네요. 개미와 베짱이 같은 관계지만, 톰과 제리 같은 관계 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가 된 거 같아요.

 

 

앗! 3권이 진짜배기였군요

 

드디어, 1권과 2권에 걸쳐 탄탄하게 쌓아올린 다양한 캐릭터들이 총출동합니다!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명장면이네요. 읽으면서 머릿속에 장면 하나하나가 그냥 떠오르면서 감탄과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답니다!!! 제목이 왜 "광시곡"인지 정확하게 알겠더라고요. 광시곡 = 일정한 형식이나 내용 없이 환상적이고 자유스러운 악장으로 발전시켜 만든 관능적이면서 화려한 기악곡. 이렇게 자유롭고 환상적이고 광란의 소동극은 오랜만에 만나네요. 연극의 한 부분을 본 듯한 느낌?

 

마호로 역 남쪽 출구 로터리가 바로 배경입니다. 피켓을 들고 있는 무리들, 채소를 판매하는 단체들, 의문의 노인 집단. 전혀 어울리지 않는 3개의 집단이 충돌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기가 막힌 우연으로.. 엉뚱하고 유쾌한 소동의 중심에는 다다 심부름집이 있었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이웃들에게 익숙해져 버린 다다와 언제나 엉뚱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 통달한 달인과 같은 교텐! 이들 콤보가 엮인 일들은 왜 언제나 이렇게 기묘하면서도 유쾌한 걸까요? 그리고 너무 당연한 듯 해결되는 걸까요?

 

이 시리즈의 진짜배기는 3권이었군요! 모든 소동이 끝나고 어느 순간 모두가 사라진 로터리 광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우당탕탕 조그마한 소극장에서 배우들이 한바탕 소동극을 본 듯한 느낌! 뭔가 엄청난 것들이 휩쓸고 지나가버린 느낌!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하나 가득 넘치게 던져주면서 이야기는 차분하게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이야기

 

마호로 마을은 이제 좀 조용해진 듯합니다. 아니, 여전히 다다와 교텐의 심부름집을 중심으로 시끌시끌 사건과 의뢰가 끝나지 않겠지만, 뭔가 평화로워진 느낌이네요. 다다는 새로운 연인이 생기고, 교텐은 자신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각자가 가진 과거의 상처를 마주했고 극복했고 치유했기에 이런 느낌이 드는 듯합니다. 여전히 티격태격 하지만 말이죠.. 책은 끝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네요.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하지만,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일 듯합니다. “그 후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잘 어울리는 이야기!!!

 

 

기억에 남는 문장들

 

누군가에게 “잘 자”란 말을 듣는 생활이 다시 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 괴짜 빈대와 취침 인사를 하게 되는 일이 신상에 일어날 줄은 더 예상하지 못했다. /p.51

저세상 같은 건 없어요. (중략) 그렇지만 나는 할머니를 되도록 기억할 겁니다. 할머니가 세상에 없어도 내가 죽을 때까지. 그럼 안 돼요? /p.89

그런 걸 특이하다고 하는 거 아닌가. 다다는 생각했지만, 주위에 괴짜 비율이 너무 높아 소수파인 다다가 ‘괴짜’로 인정받을 분위기여서 섣부른 반론은 그만두었다. /p.109

아사코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 이기심도 괴로움도 기억도 모두 안고, 그래도 나는 살고 싶다. /p.322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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