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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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친숙한 젓가락, 그리고 괴담

 

젓가락. 동양에서만 사용되는 특이한 도구인 젓가락. 혹시 들어본 괴담이나 미신 있으세요? 저는 일본인 친구에게 들었던 미신이 있는데요. 밥 가운데에 젓가락을 꽂아 세우는 것은 죽은 이에게 공양을 할 때 하는 행위라서 식사 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금기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답니다. 그런데!! 이 미신이 바로 이 소설의 주된 소재였어요! 신기하게도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이나 홍콩에도 비슷한 미신들이 있나 보더라고요. 이러면 왠지 신뢰성이 높아지는 거 아닌가요? 넓은 지역에서 알려진 유사한 이야기!! 뭔가 섬뜩합니다!

 

예전에 유전자 조작을 통한 복제동물이 한창 이슈였을 때 기억나세요? 한국에서 성공한 최초의 복제 양에 대한 이야기요. 그때 나왔던 믿거나 말거나 썰 중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인들의 손재주가 뛰어나서 가능했다는 것이 기억나네요. 정말 믿거나 말거나 겠지만, 젓가락 사용하면 손가락 근육이 발달할 듯도 하죠? 소설과 완전히 무관한 갑자기 생각난 이야기!!


 

장르문학의 대가들이 모였다!

 

이 분야에서는 알아주는 이들이 모였네요. 일본의 미쓰다 신조, 홍콩의 찬호께이와 예터우쯔, 타이완의 쉐시쓰와 샤오샹선이 바로 이들인데요. 혹시 잘 아시나요? 저는 미쓰다 신조랑 찬호께이 작가들은 들어본 기억이 있네요. 아쉽게도 그들의 책을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요. 하지만 이력을 찾아보니 다양한 수상경력과 자신만의 영역을 쌓아놓은 유명 작가들이었네요. 이런 분들이 모였다? 뭔가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요? 게다가 부제목이 "젓가락 괴담 경연"이잖아요! 괴담 경연이라니!!? 5명의 작가들이 경연을 펼친 것인데, 얼렁뚱땅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최고작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요? 기대할 수밖에 없는 단편집이네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모를 뿐

 

"젓가락님"으로 시작해서 "산호 뼈",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 "악어 꿈", "해시노어"로 이어지는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괴담집이었답니다. 단편집이지만 전체가 하나의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순서대로 읽으셔야만 해요. 이야기들이 연결되고 사건들이 겹치고 있기 때문에 뒤에서부터 읽으면 절대 안 된답니다.

신이 깃들어있다는 산호 젓가락 한 쌍. 모든 사건을 이 젓가락과 관련되어 있었답니다. 팔십 사일 동안 밥에 대나무 젓가락을 꽂고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도시괴담, 꿈속에서 펼쳐지는 이상한 연쇄살인, 댐공사로 수몰된 초등학교에서 벌어졌던 5학년 단체 실종 사건, 교통사고와 자살로 연결된 저주.. 각각의 단편들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었답니다. 치밀한 구성이 놀라운 결말로 인도하는 미스터리 소설이었어요.

 

우리의 삶도 이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하나의 사건들은 모두 개별의 이야기와 각자의 사연들이 있는 것이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 단지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우리가 모를 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 모든 것을 알면 어떨까요? 소설의 독자나 영화의 관람객처럼 모든 것을 안다면, 좋을까요? 서로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도 않을 거고, 슬픔과 아픔의 순간들을 미리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재미는 없을 듯해요. 인생이 다이내믹한 이유가 바로 우리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변수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5명 작가들의 특색 있는 릴레이 단편집

 

굉장히 신기한 괴담 단편집이었답니다. 일본, 대만, 홍콩 3개국의 5명의 작가들이 만든 릴레이 소설! 예전에 이런 방식으로 단어와 단어를 이어가는 시리즈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동일 국가의 작가들이었지만, 그냥 소재가 연결될 뿐 내용은 자유분방한 자신만의 이야기였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이루는 단편들로 짜인 체계적인 소설이었답니다. 산호로 만든 젓가락을 중심으로 사건과 인물들이 엮이고 엮이는 다양한 이야기들이었거든요. 하나의 큰 줄거리, 다섯 개의 특색 있는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완성도 높은 이야기였고, 다 함께 모여서 더욱 완성된 이야기! 또다시 만나보고 싶은 작가 조합에 이야기 방식이었답니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이 내용을 철저히 지키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거였어요. 젓가락님이 인정한 소원이어야 하고, 젓가락님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요. /p.18

 

네. 울보 친구가 한 명 있거든요. 그 애는 이걸 먹으면 이상하게도 눈물이 멈춘대요. 어때요, 한번 해볼래요? /p.198

 

저주는 가짜일지 몰라도 저주를 건 사람의 악의는 진짜잖아요? 인간의 악의보다 더 무서운 건 없어요. 후후. /p.321

 

모두 내 잘못이었습니다. 내가 왕선군을 통해 위쯔에게 저주의 말을 해서.. 시누이는 내 살의를 이어받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은 막았지만, 저주는 계속 유효했어요. /p.452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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