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 교유서가 소설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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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니가 사람들을 멋지게 속이는 거 같지? 웃기지 마. 니가 속는 거야, 알아? 바보. 멍충이. 천치

p.28, 외출

첫번째 단편인 '외출'에서 구멍가게 할아버지의 못된 손을 용납하면서 과자를 공짜로 먹는 동네 꼬마 아이에게 내뱉는 소리랍니다. 하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소리쳐서 말하는 이야기였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 멋진 직장을 다니면서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은데.... 그게 어디 쉽게 되나요!

 

 

어떤 이는 있지도 않은 인턴이란 직함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이용만 당하다가 잘리고, 어떤 이는 망하기 직전인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하고, 또 어떤 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을 잃는 기면증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두렵고.. 이들은 아프고 아파서 더이상은 아프다고 말하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선택이 아닌 주어진 삶이기에 마음대로 죽겠다는 자살모임과 처음 만난 젊은 처자에게 주절주절 소설같은 일대기를 늘어놓는 찜질방 할머니의 모습은 행복보다는 생존이 목적인 서글픈 인생이 보입니다. 읽으면서 내 이야기같고 우리 이야기같지만, 정말 이러고 싶지는 않은 이야기였어요.

 

 

20년 전에 쓴 소설을 다시 한번 수정하여 내놓은 단편집이라고 하네요. 사실 단편집인 것을 모르고 노랑색 표지랑 기나긴 제목에 손이 가서 읽기 시작했었답니다. 그런데.. 9개의 단편이 모여있는 책이었답니다. 오래전에 쓴 소설이라 배경이 2002년 월드컵도 나오고 하지만... 그 느낌! 그 감정! 그 이야기의 결은 지금이나 그때나 크게 다를 것은 없더라구요. 20년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우리들의 삶 이야기는 크게 변한게 없나봐요. 우리들의 삶은 그대로인거죠!

 

 

작가도 후기에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답니다. 다시 읽으면서 우리가 여전히 비슷한 풍경에 살고 있다는 것에 놀라셨다고 하네요. 실업과 자조에 갇힌 청년 세대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빈부의 양극화와 고립의 문제. 도대체 20년동안 우리는 무엇을 한걸까요?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는 듯한 느낌은 저만 받는게 아니겠죠? 각각의 단편은 모두 다른 이야기였지만, 이러한 아픔이 스며든 우리의 이야기들이었답니다. 분명 엄청나게 슬프거나 아프거나 처참한 새드엔딩은 아닌데... 뭔가 다 내려놓은 슬픔같은 느낌? 당연한 듯 우리들의 삶에 스며있는 아픔같은 그런 이야기들이었답니다. 20년 후에는 좋아지겠죠? 많이 좋아지면 좋겠네요.

 

 

 

<이 글은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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