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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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고 빛이 비추면 변해. 그게 황혼이든 촛불이든 등불이든 상관없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달빛이야. 어떻게 변하냐면, 쇠창살이 되는 거야! 겉무늬 말이야! 그리고 그 뒤의 여자가 정말 또렷하게 나타나. /p.79

제멋대로 뻗어 나가는 현란한 무늬. 아이들 손 닿는 부분까지는 뜯겨져있고. 전반적으로 칙칙한데 군데군데 폭력적일 만큼 선명한 오렌지색이 섞여있는. 나머지 부분은 매케한 유황을 떠오르게 하는.... 협오스럽고 역겹기까지한, 아주 오랫동안 햇살을 받아 변색된 것 같은, 들끓는 불결한 누런색의 벽지! 누구라도 미쳐버릴 것 같은 이 공간에 힘없이 누워있는 한 여인의 일기를 읽어 보았답니다. 물론 그녀의 일기였기에, 모든 이야기는 그녀만이 느끼는 것이었답니다. 의사인 그녀의 남편도, 항상 그녀 옆에 있던 하녀도 아무렇지 않았던 그 풍경들이었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누런 벽지의 무늬 속에 갇혀진 여인을 보게 되죠. 그리고 그 여인은 바로.....

 

 

낮이 되면 여자가 밖으로 나가는 것 같아. 왜냐고? 비밀인데, 살짝만 말해 주면, 내가 봤거든! 창문마다 그 여자가 보여! 같은 여자가 분명해. 나는 알아. 계속 기어 다니니까. 보통 여자들은 안 그러잖아? 낮에는 저렇게 기어 다니지 않아. /p.95

 

이 책은 소설에 앞서 "누런 벽지를 쓴 이유"라는 글부터 실려있답니다. 정신 이상의 발달 과정을 너무 적날하게 표현했기에 이것을 읽으면 누구나 미쳐버릴 거라는 의사들의 항의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었답니다.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힘들었던 시간과 이를 극복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임을 이야기하고 있죠. 두뇌활동을 제한하라는 의사의 말과 반대로 일에 충실함으로써 극복한 자신의 이야기를 말이죠. 정신적인 어려움을 문학으로 극복한 대표적인 소설이 바로 이 이야기였답니다.

 

사실 읽으면서도 다 읽고나서도 살짝살짝 불쾌했던 소설이었답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나쁜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만큼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몰입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 주셔야 할듯 해요.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아마 저자의 경험을 생생하게 일기라는 형태로 적어나갔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게다가 마지막의 충격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아마도 저에게 또 읽어보라면 조용히 거절하겠지만, 다른 분께는 한번쯤은 읽어보라고 하고싶은 문학적으로 굉장한 책임은 틀림없었답니다. 말이 이상하죠? 이러면 추천해야하는 건가요? 말아야 하는건가요?

 

 

<이 글은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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