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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세상 어느 누구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세상은 알아야 할 진실은 외면하고 알고싶은 것만 만들어냈다. 사실과 진실은 다른 것이었다. 그러기에 무섭지만 어쩔수 없는 일. 부당하다고 성을 내도 에너지만 소모되는 일. 이러한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누르고 살아야했던 게으르고 바보같고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여자와 반투명 간유리 같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의 이야기였다.
한 남자를 따라간 한 소녀가 있었다. 그 남자는 항상 놀이터에 앉아서 초등학교 여자아이들을 지켜보던 여리여리한 체격의 대학생이었다. 그 소녀는 즐거웠던 가족들을 잃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모집에서 살던 아이였다. 어머니의 억압된 생활방식에 익숙했던 남자는 자유로운 소녀에 의해 삶의 즐거움을 찾고, 소녀는 따뜻한 그의 보금자리에서 고독과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낀다. 하지만, 남자는 유괴사건을 일으킨 소아성애자로, 소녀는 혼란에 빠진 불쌍한 피해자로 결정되어진다. 상처로 힘들어하는 그들. 그들은 다시 만나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는데..
상처입은 영혼들의 사랑이야기였다. 아니 치유의 과정이었다. 미숙하고 어설펐던 어린 시절의 잘못된 판단으로 세상의 눈에서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다행히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었다. 또한, 그들을 이해하는 다른 이를 만난다.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어른이 되었었다면 이렇게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세상은 사실만으로 판단했지만, 조금은 진실을 이해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소재는 파격적이었지만, 잔잔하면서 섬세한 심리묘사로 인해 가을밤에 함께 하기 좋은 글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