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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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밤까지 걷고걷고 또 걷는 좀머씨는 내가 사는 호수 근처의 동네 주민이었다. 빵과 물, 그리고 비옷만 들어있는 배낭을 매고, 기다란 지팡이와 함께 하루종일 걸어다니는 그는 동네 주민들에게 신기하거나 거슬리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냥 산이나 건물같은 하나의 풍경이었다. 주민들의 질문에 어물어물 답을 하고는 재빠르게 다시 걸어가는 그에게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된 정확한 한마디는 나의 기억속에 남게 된다. “그러니 제발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좀머씨. 자신을 붙잡지 말라며 내뱉는 그 한마디에서는 간섭에 대한 거부가 아닌 두려움과 고통이 느껴졌다. 결국 그는 수십년동안 걷고 또 걷다가 마침내 호수 속으로까지 걸어들어간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에게서 도망가기 위해.

 

사실 이 이야기는 제목이 “좀머씨 이야기”일뿐 좀머씨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한 소년의 성장소설 또는 유년 시절의 추억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로 지칭되는 주인공은 키가 1미터가 안되는 시절부터 170센티미터가 된 16살까지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나무를 잘 타던 이야기, 짝사랑의 실패담, 세상에 대한 복수심에 자살을 할뻔한 이야기들을 시시콜콜하게 늘어놓는다. 그리고, 좀머씨에 대한 기억들, 자살하려는 순간 불쑥 나타나서 나를 살린 사건과 우연히 지켜본 그의 마지막에 대한 기억은 분명히 나의 성장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되었다. 짝사랑으로 넘쳐나던 어린시절, 세상에 대한 분노, 끝없이 연결되는 공상들, 나만이 특별하다는 착각들..그 시절의 풋풋함, 아니 어리숙함을 다시 떠올릴 수가 있었기에 흐믓한 미소와 함께 읽을 수 있었다. 은든자였던 작가 쥐스킨트에게도 나와 같은 추억이 있었던 거겠지?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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