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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평점 :
1.
노르웨이에서 트라우마 전문 심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헬레네 플루드가 쓴 스릴러 소설이다.
2.
심리학자가 쓴 일기와 같이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지만, 중간 중간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라와 살해 당한 남편 시구르의 숨겨진 사연에 대해 독자에게 알려준다.
3.
심리학자가 쓴 스릴러라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아니면 내가 장편 스릴러를 많이 읽지 못해서 그런 건지, 쫄보인 내가 100페이지 넘어가면서부터는 ‘누가 빨리 죽어야 할텐데...’ 싶을 정도로 사소한 이야기들만 이어졌다.
그러나 스릴러가 언제나 그랬둣이...그 사소하고 재미 없어보이던 이야기는 소설의 중심 사건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했던 것이었다.
4.
심리치료사인 ‘사라’와 건축설계 사무소를 창업하는 ‘시구르’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다.
5.
나는 소설 속 사라에게서 나와 공통적인 부분을 많이 발견했다. (소설 속 틈틈히 사라의 입에서 나오는 심리학 용어 뿐 아니라) 사라가 원가족에게서, 그리고 남편에게서, 애착 관계에서 경험하는 불안정감... 이 사람이 날 떠날지도 몰라’ 하는 두려움과 그 두려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마음, 그리고 그런 내면의 갈등으로 상담을 할 때에 내담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통제한다는 점이 그랬다. 나 또한 내 불안을 객관화하고 타인들에게 언어로 적절하게 전달하기도 하지만, 나의 고통이 그들에게 전가되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조심하기 때문에 외로울 때도 있지만, 그런 방법이 그나마 내가 편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6.
북유럽에서는 스릴러 소설, 영화가 인기가 많다는데, 한국이 힐링 에세이를 좋아하는 것과는 완전 차별되는 것 같다. 지금 생각엔 복지가 잘 되어있는 북유럽은 책에서 평화를 가장한 긴장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고(아 삶은 쫄깃해, 이런 느낌으로), 현실이 지치고 무력감 느끼게 하는 한국에서는 책에서 안정감과 위로를 찾으려하는 거 아닐까 싶다. (아 그래도 세상은 보기와는 달리 괜찮은 구석이 있어, 와 같이 느끼게)
7.
저자 헬레네 플루드가 ‘악’에 대해 인터뷰한 건 이 소설을 읽고나니, 좀 오바다 싶다. 이걸 읽고나니, 오히려 한국이 더 끔찍하게 느껴진다. 이 정도 스토리로 악을 얘기한다고? 내가 매일 경험하는 공포 또한 이것보다 강렬할 것 같단 생각이다.
8.
이 책의 장점은 술술 읽을 수 있다는 것! 번역자의 놀라운 재능으로 빚어진 문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