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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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이 프랑스 작가는 어찌해서 이런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하이쿠를 잘 알고 있음을, 하이쿠의 시어에 깊이 빠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고작 118페이지, 그마저도 언어의 절제가 깊이 베어든 내용전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열일곱 음절외에 절대로 덧붙일 수 없는 하이쿠의 형식을 소설로 이어나간 듯, 작가의 필체는 너무도 간결하다. [눈]은 사실적인 느낌보다 허구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기존의 어느 소설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특이한 발상이었다. 하이쿠 시인과 사무라이, 프랑스 곡예사와 그녀의 딸. 이국에서의 사랑과 2대에 걸친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 하이쿠 시인 유코의 눈에 대한 갈증과 사랑은 성적인 탐닉과도 이어지고, 그 마저도 눈에 대한 갈망앞에선 무의미하다. 눈처럼 백색인 자신의 하이쿠에 색을 입히고자 스승을 찾아가는 길에서 죽은 스승의 연인을 만나고, 그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죽었으나 죽지않은 그들의 사랑앞에 고개를 숙이며 되돌아 온 길, 그의 하이쿠에는 색이 입혀지고 그를 바라보는 여인이 있으니, 그녀가 바로 죽음에도 굴복치 않은 그 사랑의 딸이었다.

    

 유코는 눈에 대하여 "눈은 백색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시입니다. 가장 순수한 시예요. 눈은 자연을 얼어붙게 하여 보전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그림입니다. 가장 미묘한 겨울의 그림이에요. 눈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서예입니다. 붓으로 눈이라는 단어를 쓰는 데에는 1만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눈은 미끄러운 표면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춤이에요. 눈 위에서는 모두가 자신을 줄타는 곡예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눈은 물이 됩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음악이에요. 봄이 되면 눈은 강과 급류를 백색 악보의 교향곡으로 만들어 줍니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가 눈을 통해 갈망하는 것은 진실된 사랑이 아니였을까. 진실된 사랑을 찾아가는 어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유코가 애닳아 하는 하이쿠와 백색 선명한 눈, 그리고 사랑은 같은 것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프랑스 작가의 호기심으로 만든 작품일 것이라는 나만의 잣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작가가 동양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사랑해 표현했다기 보다는, 사랑 그 자체를 얘기하고자 했음을 이 책을 덮으며 깨닫는다.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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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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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설레고 들떴던 크리스마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고,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던 유일한 날.


그런데, 이런 감정은 나이와 함께 퇴색해버리는 거 같아 씁쓸하다.


 


2022년 크리스마스에는 몇 년째 먼지만 쌓이던 트리도 꺼내 장식하고,


반짝거리는 조명도 천장에 달아 기분을 냈다.


자꾸만 가라앉는 기분을 어떻게든 끌어올려보려는 마음으로...


 


더불어 화려한 표지의 이 책 <크리스마스 타일>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자꾸만 느껴지는 기시감.


분명 언젠가 접했던 내용인데...


마지막에 가서야 모든 의문은 해결되었다.


<크리스마에는>에서 시작된 연작소설이라는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 나름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 크리스마스.


1년 365일 크리스마스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한줄평 :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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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100만 부 기념 특별판, 양장)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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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고르는 방법 중 독자들의 평가가 좋은 것을 읽어 보는 것이다.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위해 필요한 책들이지만 건조한 활자의 텍스트보다는 뇌와 감성을 자극하는 말랑말랑한 텍스트가 있는 책을 보는 것이 나에게는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오랜만에 선택한 책은 [손원평 작가님의 아몬드]이다. 


책 속의 주인공이 어린이였고 이 어린이가 나이가 들면서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였기에 책을 선택할 때는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쉬지 않고 하루 만에 다 읽어 내려갔다. 


내용이 복잡하지 않았고 문체나 글 속의 의미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아마도 청소년들이 보길 바라는 의미에서 책을 쉽게 써 주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꽤 많은 라벨이 컬러별로 붙여졌다. 


 


이 책은 윤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윤재는 여섯 살에 '엘렉 시티 미아'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이는 감정표현 불능증으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고, 감정의 이름들을 헷갈리는 것으로 뇌 속에 있는 '편도체'라는 것의 크기가 작은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병명이다.  


 


윤재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또래에 비해 겁이 없고 침착한 아이'였다. 


 


윤재는 엄마와 할멈과 함께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한 집에 살았다. 


엄마는 윤재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아이가 또래 집단에서 튀지 않고 무난하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감정을 표현하거나 타인의 표정을 보고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교육하기 시작했다. 나을 수 있는 확률이 극히 낮은 병명이었지만, 할멈은 '예쁜 괴물'이라는 애칭을 지어주시고는 엄마와 같이 윤재를 온전한 사랑과 단단한 애정으로 키우셨다. 


그러다 열여섯 크리스마 이브 윤재의 생일날 시내에서 외식을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선 순간 '미친 40대' 남자로부터 칼에 난자당한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시고 망치에 머리를 맞은 엄마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셨다.  윤재의 눈 앞에서 그 아이를 보호하고 있던 울타리 두 개가 모두 무너져 내렸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텍스트는 알지만 슬픔이라는 감정을 알지 못했고, 병원에 누워있지만 생사여부가 불투명한 엄마를 보면서는 그냥 누워있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 절망감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은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보호해줄 어른이 없었지만 고등학교 생활도 혼자 시작했고 엄마와 할멈이 운영하던 헌 책방도다시 문을 열었다. 


윤재는 고등학교에 입학해 관심이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이 조금씩 성장하게 되었고 그것이 윤재와 친구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만남이 되었다. 


 


윤재에게 친구는 곤이와 도나 두 명뿐이었다. 


윤재의 평범하지 않은 병명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를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뿐 이해하거나 다가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나 곤이는 아주 나쁜 방법으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가장 극적이게도 윤재에게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감정을 알게 해 준 친구가 되었다. 


곤이가 극한의 감정이라는 건조하고 뜨거운 감정을 알게 해 준 친구라면 도나는 그와 반대되는 가슴 떨리면서 따뜻한 감정을 알게 해 준 친구였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인물은 심박사였다. 


 


윤재의 헌책방 위층에서 빵을 판매하고 있는 빵집 사장님이자 건물주이면서 글 속에서 진정한 어른으로 등장하는 인물.  엄마와 할멈이 돌아가시고 나서 윤재를 찾아와 혹시라도 엄마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켜봐 달라는 약속을 했기에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말을 했다.  


심 박사의 말은 길지도 장황하지도 않았고 우월함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담백하고 간결했다. 


 


 


;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나 안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 스케이트에 전혀 소질이 없는 사람이,


 음치가 오페라의 아리아를 멋들어지게 부르는 것은 불가 능하겠지. 


 하지만, 연습을 하면 말이다. 적어도 비틀거리며 얼음 위로 조금 나아가는 것 정도는, 


 서툴게나마 노래 한 소절쯤 부르는 것 정도는 가능해진단다. 


 그게 바로 연습이 허용하는 기적이자 한계란다. 


 


; 몰랐던 감정들을 이해하게 되는 게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니란다. 감정이란 참 얄궂은 거거든.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껴질 수도 있고,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 


 


: 그 애가 너한테 제일 많이 한 행동이 뭐지? 


  찾아온 거요


  네가 할 수 있는 방법 하나는 찾은 것 같구나. 


 


; 사람의 머리란 생각보다 묘한 놈이거든. 


  난 여전히,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다. 


  어쩌면 넌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란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란다는 건, 변한다는 뜻인가요


  아마도 그렇겠지. 나쁜 방향으로든 좋은 방향으로든. 


 


 


윤재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생기거나 자신의 상태가 의심스러울 때면 심박사를 찾아가 의논을 하거나 조언을 구하곤 했다. 


글속의 심박사는 많이 나오지 않지만 그가 윤재에게 해주는 짧은 조언들은 우리모두가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다.  위 대화글은 윤재와 심 박사가 주고받은 대화의 일부분이다. 심박사와 윤재의 대화를 읽는 동안에는 아프고 힘든 생가보다는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이런 담백하고 깔끔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내게도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시대에 필요한 어른의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는 진짜 어른이었다. 쓸데없는 조언을 남발하지도 않았고 오지랖 넓게 먼저 나서지도 않았다.  윤재가 나이 어린 고등학생이었지만 물어보는 질문들에 대해 언제나 정중하고 최선을 다했으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무엇이든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물론 윤재가 곤이 때문에 심각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크게 화를 내주시기도 했지만 그것도 일정 선 안에서만 이루어졌다. 


 


 


윤재가 정신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크게 성장 할 수 있도록 도움된 사람은 친구 곤이다. 곤이의 진짜 이름은 윤이수이지만 약해 보여서 싫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 곤이라고 직접 지었다.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없던 윤재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인 친구였다. 곤이는 윤재 있는 학급에 전학 온 아이였고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좋지 않은 일로 시작이 되어서 곤이의 일방적 폭행이라는 극한의 상황까지 가게 되었지만 윤재의 병명을 알게 된 곤이가 관심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둘의 관계는 조금씩 바뀌어졌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곤이가 윤재에게 하는 말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에 비수를 꽂는 듯 아픈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건 곤이가 세상과 가족이라는 사람에게서 받는 냉대와 편견에 지쳐 내뱉은 말들이라는 생각들이 들었다. 


 


 


; 그 남자는 말이야.....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  


  내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떤 애들과 어울렸는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일로 절망했는지...


  날 만난 다음에 질일 먼저 한 게 뭔 줄 알아? 강남에 있는 학교에 날 처넣은 거야. 


  근데 첫날 가보니까 나 같은 놈은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물인 거야. 


  날 보는 눈빛 하나하나에 그렇게 쓰여있더라고. 


 


; 난 아들이 아냐. 잘못 찾아온 잡동 사니지. 그래서 그 여자 죽기 전에 얼굴도 못 본거고....


 


; 삶이 장난을 걸어올 때마다 곤이는 자주 생각했다고 한다. 


  인생이란, 손을 잡아 주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잡으려 해도 결국 자기는 버림받을 거라고. 


 


; 세상이 잔인한 곳이기 때문에 더 강해져야 한다고, 그 애는 자주 말했다. 


  그게 곤이가 인생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 


 


;  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  나 말이야. 그냥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대로 살아보려고 해. 


  사실 그게 내가 제일 잘 아는 거기도 하고. 


 


;  너무 늦었거든. 난 너무, 늙어 버렸으니까.


 


;  응, 늙어 버렸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곤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무척이나 마음 아픈 내용들이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내가 너무 힘들고 아프니까 나를 좀 살펴달라는 의미가 들어 있는 듯했다. 


곤이가 왜 저렇게 처절하게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고 싶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직접 책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지 쓰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곤이가 느꼈을 그 가점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십 대와 이십 대 들이 느끼는 감정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속에서 곤이의 아빠인 윤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 한국 사회의 엘리트이자 지식인층에 속하는 사람이였다.  그러나 그는 심 박사와는 사뭇 다르게 지식이 풍부한 엘리트 지식인이기는 하지만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황을 적절하게 대응하는 지혜가 부족한 완숙하게 성장하지 못한 어른 아이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자신이 상상하지 못한 모습의 아들을 만난 순간부터 곤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고 그런 아빠에게 실망한 곤이는 친부와 절대 친해질 수 없는 길을 선택하기도 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다. 


여기서는 감정이라는 표현도 맞지 않는 것 같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대부분은 알지만 표현하지 않거나 모르는 척하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윤재와 곤이는 우리가 흔하게 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속의 사이코 패스와 다른 점이 어떤 부분일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부분은 차후에 알아보려고 한다. 


 


윤재는 자신의 삶을 복잡하지도 어렵게도 생각하지 않았다. 


본인은 불편함이 일상을 살아가지만 늘 문제는 주위 사람들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같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동급생,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부모들. 


그들은 자신들이 바라보는 보통과 평범이라는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색 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시작하고 색 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어른들에 의해 문제가 발생 되곤 한다. 왜냐하면, 초등학생이던 고등학생이던 아이들은 자신들과 같이 사는 어른들을 보면서 좋든 싫든 그 모습들을 답습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는 조, 중, 고등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좋지 않은 대부분의 일들은 완전하게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그들의 윗 세대에게 배운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윤재와 곤이가 학교라는 사회에서 느꼈을 외로움과 절망감이 바로 그런 것에서 왔을 것이다.


 


내가 글속에서 본 윤재는 자신의 일을 묵묵히 정직하게 해 나가는 평범한 아이였다. 


말수가 적고 표현이 인색하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해를 치치거나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들은 아니었다. 평범한 윤재의 일상을 깨는 사건을 만든 주범은 고등학교에 같은 반 학생이었다. 


 


그 아이는 윤재에게,


'할머니가 죽는 걸 본 기분이 어떠냐'라고 대 놓고 물어보았고, 이 대화로 인해 윤재가 평범하지 않은 병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그 후 윤재는 아이들 사이에서 가까이하면 안 될 존재가 되어 버렸다. 


윤재에게 평범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 그 아이도 어찌보면 평범하지 않은 정신을 가진 이가 아니었을까. 보통의 고등학생들은 친구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나중에 곤이를 절도범으로 몰아 학교에서 몰아 낸 정말 평범하지 않은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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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세명의 소년이 있습니다. 


첫 번째, 감정을 읽지 못해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두려움도 알지 못하는 소년, 


두 번째, 일진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욕을 하면서 면학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소년, 


세 번째, 상대방이 자신의 말에 상처를 받을 것을 알면서도 주위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를 절도범으로 몰아 학교에서 쫓아낸 소년. 이 친구는 학급 절도범이 자신이라는 것을 스스로 담임에게 밝혔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대답을 했다. 


 


과연 여러분은 이 세명의 소년 중 누가 진자 괴물이라고 생각하나요? 나는 세 번째 소년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행동과 말로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는 관종.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후회나 죄책감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는 이런 사람들은 소시오패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전 인구의 4%가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 조절에 뛰어나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이용하면서 평범한 보통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존재하면서 계산적이고 치밀한 반사회적 행동을 죄책감 없이 저지른다.  그러나 소시오패스는 타고난 유전적 질환이 아니라 유아기에 제대로 된 교육과 애정을 받지 못해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성격장애라고 한다. 


윤재는 타고난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감정을 모르기 때문에 나쁜 범죄를 저질러도 그것이 나쁜 범죄인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윤재는 그런 아이로 성장하지 않았고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마도 그건 윤재는 엄마와 할멈으로부터 단단한 사랑과 애정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


 


 


반면, 곤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었고 그런 마음을 이해해주는 어른이 존재하지 않아 최악의 선택을 하는 악수를 두게 된다. 


아이들은 양육하는 부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우리가 매일 보는 뉴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이 세상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좀 더 유연하고 넓은 마음으로 품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래 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연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라 불리는 많은 미디어들이 표현하는 사회 이슈에 대한 작품 속 문장을 마지막을 적어 본다. 


 


; 대중의 관심은 사건 자체보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사회학적 조명   으로 바뀌었다.  남자에 대한 동정 영론이 퍼지기 시작했고, 초점은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대한민국의 현실로 옮겨 갔다. 


 누가 죽었는지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사건은 얼마간 뉴스를 장식했고 기사엔 '누가 이 남자를 살인자로 만들었나'.


 '웃으면 죽어야 하는 나라, 대한민국' 따위의 표제가 붙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열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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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못 봤어? - Missing Memories
제이제이 지음 / 종이학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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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이 물음에 대한 답이네요 “못 봤어~ 너네들이 찾어~”라고요

아이들이 있는 대부분의 집에서 일어나고 현상일 것 같은데 여기서 출발한 동화 이야기가 참신하고 재밌네요

아이들이 읽고 느끼는 점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앞으로는 정리 잘하는 아이들이 되길 기대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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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3 - 병자호란 편 : 남한산성의 겨울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3
설민석.스토리박스 지음, 정현희 그림, 강석화 감수 / 단꿈아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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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편이 나왔네요. 답답한 부분이지만 배워야 할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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