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6일간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산을 오른다는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나에게 있어 산을 오른다는 건 행사가 있을 때에만 오르는 곳이었다. 행사라는 건 큰 스트레스를 의미하게 되었다. 게으른 성격도 있겠지만 산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는 산을 타는 일에 꽤나 인색하고 짜증부터 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바다를 보러 가자거나, 집에 있자고 하였다. 밖에 나가면 개고생이라면서.

그러다가 이 책을 보았다. ,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뒤에 쓰여있던 한 마디로 힐링이라는 게, 어째서 이 준비가, 이 행동이 힐링이 될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하였다. 그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도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내가 같이 산을 타고 있는 것 같고, 같은 산장에 묵고 있는 것 같고, 같이 준비하는 것 같고, 이 작가와 내가 함께 세상을 피해 잠시나마 쉴 수 있었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 책을 보통 지하철에서, 그것도 출근길에 많이 읽었다. 회사에 가기 싫다는 마음으로 읽어 그런지 문장에 꽤나 빠져들었다. 그저 땅만 보고, 그저 땅 속을 헤매고, 컴퓨터만,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주말엔 집에서 시체처럼 누워있던 나에게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 시켜준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회사에 출근하였을 때에는 그나마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느껴졌다. 잠시 쉴 때에 이래서 사람들이 산을 타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그래, 나도 산을 타는 거야!’ 하고 쓴다면 자기소개서의 거짓말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그 말은 빼겠다. 그래도, 한 번 여름에 동네 뒷산 정도는 올라볼 의향은 생겼다. 천천히, 조심조심 다시 산과 화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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