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신주혜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신이 아니다. 좋은 게 있으면 싫은 게 있는 아주 평범한 인간이라는 포유동물이다. 모든 것이 다 좋다면, 우리 사회에는 왜 법이 있겠는가? 싫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위해 만든 게 법일 것이다. 하지만 법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꼼수라는 것이 점점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다. 그 중에서 가장 무섭지만 책임감을 덜 느끼는 ‘교환살인’이라는 게 떠오르는 꼼수라 생각했다. 자신이 죽일 듯이 미워하지만 차마 자기가 죽일 수 없기에 몇 명과 모의하여 힘을 얻어서 말이다. 즉, 내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앙큼한 의도가 숨어있는 꼼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여자처럼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비참할 것 같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모르는 이에게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구나’하면서 통탄할 시간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죽어야 하다니. 비참하지 않은가? 능동적이 아닌 수동적인 상황의 죽음은 늘 끔찍함을 몰고 오니 말이다.

교환살인을 함에 있어 겨울은 최악의 조건인 것 같다. 피가 씻겨나갈 수도 없고, 종종걸음의 사람을 쫓기 위해 많은 땀을 흘려야 하고, 눈길을 뛰어다니기 위한 장비는 여름보다 곱절로 든다. 그래서 역시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장르를 굳이 뽑자면 추리물이다. 짤막한 글로도 전개를 펼쳐나가고 몇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놓아 개연성이 있다는 뉘앙스를 한없이 뿜어낸다. 내가 일본소설을 즐겨보는 이유도 빠른 전개와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풀어내는 방식이 재미있기 때문에 즐겨보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선택한 이 책도 위에 언급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짤막함 속에 담겨 있는 담백한 추리소설이라 더욱 마음이 가는 책인 것 같다. 만약 처음 추리소설을 시작한다면 고전을 읽음으로서 하나 하나 쌓아가는 것도 좋지만 스피디하게 읽으려면 이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