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표류도 박경리 장편소설 5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나는 박경리의 소설을 잘 읽지 않았다. 아니, 한국 소설류를 잘 읽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이유 아닌 이유라면 음울했기 때문이다. 말투에서도 느껴지는 음울함, 그리고 음울한 내용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라면 한국 소설은 왠지 분석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제집, 그리고 수업 시간에 한 구석에 적는 분류, 주제 등 늘 분석하고 복선을 찾아내 문제를 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한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습관을 들이게 해준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이기고, 독서 편식을 줄여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이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작은 반란이었다.

이 반란을 일으키고 책을 집어 읽기 시작하였다. 일본 소설에 길들여져 버린 나는 처음 정독해보는 이 일이 쉽지 않았다. 속도도 재미도도 느낄 수 없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은가? 꾹 참고 다시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더욱 평소보다 더 잡아먹을 수 밖에.

이 책의 주요 골자는 한 여인이 살아가는 내용이다. 다방의 마담, 간간히 번역 아르바이트까지. 근근한 생활을 해내는 그녀, 현회. 근근이 살아가는 그녀 곁에는 잘 사는 사람, 잘 못사는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살아가고 있는 곳 ‘비너스’가 그녀가 마담으로 있는 곳이다. 그 안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나오고 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많은 감정을 간간히 드러낸다. 이러한 감정을 충실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표류도, 사변 이후의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외로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여인의 삶을 쓰면서 생각한 건 그녀 자신과 동일시 하고 있지 않았는가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무언가를 쓰다보면 자신이 겪은 일, 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니까. 나는 한국 소설 읽기의 첫발을 내딛었다. 분석이 아닌 느끼고 즐기기 위해. 무궁무진한 소설들을 어디까지 읽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속 현화처럼 근근이 읽어 나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