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사냥

나비 사냥 ㅣ 나비사냥 1
박영광 지음 / 팬덤 / 2013년 5월

욱하는 형사 하태석, 그의 파란만장하고도 열성적인(!) 경찰 생활 중 내려가게 된 고향. 금의환향이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다. 하지만 정겨운 마을에서의 엽기적 살인행각의 면모를 파헤치게 될 줄은 상상이나 했을까? 그 누구도 앞날은 예상할 수 없으니 주인공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태석은 촉이 좋은 편이다. 눈썰미도 좋고, 밀어붙이는 화끈함도 있다. 하지만 이 놈의 화끈함은 몸을 추슬러야 할 때에는 발휘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는 징계 두 번으로 세 번째로 경찰서를 옮기게 되면서 시작의 서막을 알린다. 그리고 이 책으로 나비처럼 처연히 책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재미있었던 건 현직 경찰의 손끝에서 나온 책이라는 점일 것이다. 실제 일어난 사건에 형사 작가가 느끼고, 보고, 기록하던 버릇이 얹어진 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직을 서면서 만들어낸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겨 있는 경찰서 특유의 냉랭함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을 덧입힘으로써 그의 힐링과 함께 독자에게 ‘이러한 사건도 있었습니다.’라고 세상에 알려주는 기능도 하게 되었다. 마지막 기능으로 그들이 이 책으로 당사자를 위로하고 가족들도 위로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러다 생각나게 된 영화가 하나 있었다. 영화 ‘사이코 메트리’였다. 여기에서도 자신의 동생이 살해당한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형사, 사이코 메트리라는 능력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는 남자, 그리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말 안 들으면 죽어야 한다는 사이코패스. 허나 이 책과 틀린점이 있다면 초능력이 있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초능력자는 하태석, 주인공이다. 아이들을 찾기 위해, 동생을 찾기 위해 있는 힘, 없는 힘 다 쥐어 짜내는 그는 초능력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이코패스가 죽기만을 바라는 불타버린 영혼들도 그에게 힘을 주었다. 비록 저 세상 시민이지만 어쨌든 시민과 형사의 합작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범죄를 이겨낸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