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무의 일기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이재형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많은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무는 자신의 나이테에 인간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해두었다. 모든 것이 불완전한 시절에도 나무는 완전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칭송, 사람들의 비난도 모두 들었다. 나무에게 참 몹쓸 짓이라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나무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 굵은 몸 안 나이테를 새겨가며 버텨온 지난 세월에 대한 회의도 느낄 수 있었다. 나무가 지나온 시간의 기록 나이테, 인간이 지나온 시간의 기록 역사. 이 둘이 맞물려 빚어내는 게 아닌 나무의 편에서 지켜볼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작가는 프랑스 문학답게 글자의 아름다운 맛을 살려내려 애썼다. 자칫하면 동화로 치부될 수 있었던 소재에 서정성을 불어넣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덤덤하지만 서정적인 마음을 풀어놓는 것이 쏙 마음에 찬다. 또 내용이 그리 어렵지 않아 초등학교나 중학교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를 배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동안 인간이 나무를 바라보며 써 놓은 글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나무의 생각에 대해 적은 책은 한 권도 찾지 못하였다. 생각의 전환과 같은 이 책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나무는 그 누구의 탓을 하더라도 ‘그러지 않았더라면’의 한탄하는 말투가 느껴진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없이 세월의 무게를 덤덤히 짊어져 간다. 아마 옆의 나무들이 쓰러져 퇴비로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음이리라. 자신의 몸통 안이 썩어 넘어졌음에도 자신보다 오히려 남자를 걱정하는 나무. 우리는 과연 그렇게 지낼 수 있을까?

예전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책이 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부나 또 자신을 베어갈 때에도 한 번 싫은 소리 안하던 나무. 이 나무도 그 나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한 사람에게 얼마나 위안을 주고 슬픔을 덜어내는 친구 같은 존재. 다른 이들이 잘라내라 했을 때 나를 지켜준 인간에 대한 고마움. 아마 나무는 그래서 인간, 그를 기억해주고 그를 위로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삭막한 Give&Take가 아닌 따뜻한 Give&Take. 언제쯤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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