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도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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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가지고 있는 이에게 있어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잘 잊혀지는 게 있다면 기도일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자각하다가도 어느새 잊혀져 버리는 것을 시로써 읊어낸 이혜인 수녀. 자신도 인간이기에 기도가 지극히 개인적이기도, 다른 이를 위해서이기도, 자신을 책망하는 기도도 모두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인간 내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이혜인 수녀에 대해 많이 듣기는 했지만 정확히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읽으면서 아직은 아이 같은 그녀의 문체에 웃음이 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종교적인 면을 들여다 볼 수 있던 시에서는 그녀가 예수님께 청하는 기도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시도 실려 있다. 종교적인 성장을 바라는 인간과 아이 같은 순수함이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또한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이 시집에 나오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이 시로 그녀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수녀나 신부(이것이 존경의 칭호이기 때문에 ‘님’은 붙이지 않았다.)참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잘못한 선물 등으로 실수를 하는 모습이 참으로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가 어느 날 그녀는 한 집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녀는 더운 날씨를 생각해 부채를 열심히 만들었다. 하지만 방문한 집의 사람은 손의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이었다. 그 장애인은 쓰지도 못하는 부채를 선물한다며 화를 내었다한다. 그녀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자신이 필요했던 것만 생각하였던 것을 깊이 반성하였다. 그래서 깊이 생각하고 선물을 고르게 되었다는 그녀. 그녀도 사람이기에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다음에 그 분 집에 방문할 때엔 그 사람에게 맞는 선물을 사가지고 갔을까?’ 하는 즐거운 생각도 해본다.

너무나 바쁘게 살아서 너무나 빨라서 잊혀지는 것들이 많다. 요즘 가장 토픽이 된 스티브 잡스의 죽음도 단 이틀 만에 쏙 들어가게 되었다. 뉴스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그의 죽음. 이것이 그가 아이폰을 개발하면서 꿈꿨던 세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건 그의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니까.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들은 인간을 물속이 아닌 수면에서 인생을 보내게 하고 있다. 아마 우리의 마음이 소금에 듬뿍 절어든 국이라서 잊어버리는 게 많은가 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놓고 가장 아날로그적인 책을 다시 한 번 즐거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이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활자를 더 맛나게 느끼길 바란다.


(이 서평은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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