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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그래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죽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더워 죽겠다, 쪄 죽겠다, 배불러 죽겠다 등등. 우리의 입에선 죽겠다는 말이 떠나질 않는다. 우리는 정말로 죽고 싶어서 그러는 걸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말로 우리는 죽고 싶은 것인가 하고 말이다.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 “힘들어, 힘들어 죽겠어.”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한 친구가 “그러면 죽지 그래?”라고 이야기 하였다. 그렇다면 그 쪽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말이 너무 심하잖아?’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죽여 버려!’라고 할 것인가. 과연 그 쪽은 ‘그래, 죽여 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이들에게 죽으라고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명심해야 할 것은 죽으면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점이다. 아니면 이승으로 돌아오더라도 식물인간이나 신체의 한 부분을 반납하는 것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내가 죽음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죽는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고 어떠한 것에서도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죽었을 때 다 빠져나갈 수 있다면 어느 누가 이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내 앞으로 남아있는 빚은 그대로 쫓아올 것이다. 아니면 다른 이들이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기쁠 수 있을까?
이 책은 대화라는 수단을 통해 자살한 여자에 대해 이끌어가고 있다. 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겐지는 그들에게서 자신이 죽인 여성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그가 정보를 얻으려는 이유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자신이 죽였음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환멸을 느낀다. 만나는 다섯 명의 사람들 모두에게서 말이다. 그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인간은 자신의 삶에 대해 많은 무게감을 느낀다. 그리고 자괴감을 느끼고 가장 문제점은 자신의 것이 가장 무겁다 생각한다. 다른 이가 느끼는 무게감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가장 이기적이게 사람을 이용하고, 사람을 미워하고, 사람을 때리고. 자신의 삶의 무게감을 전가하기 위해, 정당화하기 위해 애쓴다. 그런다고 얼마나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삶이 얼마나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죄책감과 회의감은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폭력성에 무뎌진 사이코 패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의 진화 속도에 비례해 사람의 스트레스는 함께 비례한다. 그리고 자극적인 것을 찾아 헤메게 된다. 자동차나 스피드 광이 되는 것도, 책에 미치는 것도, 기타 등등 콜렉션을 모으는 일 등. 스트레스의 해소라 하지만 얼마나 될 수 있을까. 잠재적 스트레스는 해소되지 않아 폭발할 것이다. 아마 이 때 ‘죽겠다’라는 말이 나오는 거 아닐까. 그것을 표현해내는 작가, 대단한 사람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 자음과 모음으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