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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세이더 1 - 일곱개의 탑
정관진 지음 / 해담(도서출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판타지를 잘 접하지 않은 나로써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걱정한 게 사실이다. 그냥 꽂아 두고 보지 않으면 어쩌나, 이 음산한 보라색이 읽어보라 유혹하지 않는 거 같다 랄까. 음침하게 생긴 걸 음침하게 느끼는 건 이상한 게 아니지 않는가. 예쁘게 생긴 책도 많은데 어째서 이 책 색깔만은 이런가 하는 생각 등등. 책 한 권을 두고 많은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세상은 너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어 그런 건 아닐까. 그래서 나도 그것에 찌들었구나 하는 생각. 책만은 편식하지 말자던 나는 예쁜 책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예쁘고 예쁜 게 세상에 너무 많아서, 그리 예쁜 것들이 볼거리를 너무 많이 제공해서 나는 ‘책은 예뻐야 한다.’라는 오류에 빠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어린 사람은 무엇이든 잘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리다는 것은 경험이 짧아서 쉽사리 무시당하기 일쑤이다. 이러한 생각에 빠져 자신의 무궁한 판타지를 풀어낼 사람도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한 고등학생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 세계를 세상에 내 보였고 어른들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책이었다. 처음 고등학생이 썼다기에 ‘얼마나 잘 썼는가.’ 하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고등학생, 10대라는 타이틀은 ‘대단하다.’와 ‘제까짓 게 하면 얼마나 하겠어.’ 라는 명암을 가지고 있는 양날의 검 같은 타이틀이다. 10대라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는가. 그런 그에게 이번 작업을 꽤나 고된 작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것은 어른들의 오류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책과 견줄 만큼 스토리가 굉장히 탄탄하다 못해 단단하다. 책을 좋아해 많이 읽고 작문 수업을 받았다고 말하는 저자의 내공이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여느 기성 작가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세계의 안내서가 하나 더 늘은 셈이다.
이 책의 골조는 서양의 판타지와 여러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몇 개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등장인물들은 모두 한 번씩 만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만난 사람도 있고, 아직 못 만난 사람도 있다. 아직 1권이니만큼 마음을 넉넉히 다잡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등장인물의 관계가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1권의 묘미이자 속을 태운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2권을 작업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온다면 당연히 볼 것이다.
사실 판타지를 별로 보질 않아서 보는 동안 적응이 잘되진 않았다. 하지만 읽다보니 꽤나 빠져들었고, 버스 안에서도 볼 수 있는 내공을 차곡차곡 쌓게 해준 책이다. 멀미를 하는 체질이라 차를 타는 것은 꽤나 고역이었다. 그래서 차를 타면 무조건 자기 바빴다. 하지만 그 시간에 책을 읽음으로써 꽤나 알찬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도 멀미가 난 건 사실이지만 전보다는 덜 나서 좋았다.
그리고 이 판타지 소설을 마무리 하면 일반 소설도 한 번 써주었으면 좋겠다. 가장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반 소설은 판타지 보다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그래서 좋은 작품과 많은 작품을 남기는 작가가 되기를 바래본다. 사람들을 울고, 웃기고, 세상을 글로서 웃겨 줄 수 있는 광대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