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 독거노인 열두 명의 인생을 듣다
김혜원 지음, 권우성.남소연.유성호 사진 / 오마이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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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드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답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 ‘내 팔자려니 하고 그렇게 살아야지.’ 라고 하신다. 그 말씀으로 자신의 가난과 아픔을 달래려는 어르신들의 말씀 한 마디가 들을 때마다 참으로 속이 쓰리다. 아마 가장 마음이 쓰려 하시는 건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리라. 와봤자 동사무소 사람들이 조사하는 것이니 얼마나 스트레스인가. 또한 그 동안의 고생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것도 이유 중 하나 일 것이다.

가장 화가 나는 건 등본에, 호적에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돌봄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현실이 암울하다. 정부에서 나오는 돈이라곤 노인연금 9~10만 원 내의 돈 뿐이다. 이거 가지고 한 달 살 수 있을까? 아, 정말 훌륭한 대통령, 장관, 구청장 등등 이 돈으로 한 번 살아보라 하고 싶다. 월세에, 공과금에, 병원비에 돈 들어갈 곳은 천지인데 말이다.

그래서 많이 신청하시는 게 공공근로다. 하지만 공공근로의 치명적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서류 평가’이다. 이는 의무부양자가 서류 상 존재하면 그것도 밀려나거나 조금의 돈이라도, 집이 내 명위로 된 게 방 한 칸이라도 있으면(다 쓰러지는 집이라도) 제외된다. 서류에 나온 대로 철저히 하게 해 저소득층을 보호한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재정비를 해야 할 시기가 한참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급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은 잘만 받고 떵떵거린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책을 읽으며 간접 경험하는 내 속도 아픈데 동사무소를 들락거리시면서 대면한 어르신들의 속은 까만 재가 되었을 것 같다. 어르신 조사를 위해 공무원들이 방문을 나가는 일이 한 번씩 있다. 가서 보면 그 생활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까? 공무원들은 대체 뭘 보고 오는 것일까?

이번 달 8일은 어버이 날이었다. 많은 분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뉴스에서는 고령화 사회라며, 독거노인을 위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 하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등한시 한다. 장님도 이런 장님이 없다.

게다가 곧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다시 어버이날의 뉴스는 재탕되어 나올 것이다. 녹음기 같은 티비여, 너를 어쩌면 좋니. 내 주위에도, 이 책을 고른 그대의 주위에도 외로운 어르신들이 많으실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집으셨다면 한 번쯤 고민해 주시기 바란다. 아이만큼 보호 받으셔야 할 어르신들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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