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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작가에게 - 글쓰기 전략 77
제임스 스콧 벨 지음, 한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작가라는 직업은 로망과 같다. 그리고 티비에도 나온다. 보통은 두 종류로 많이 나온다. 첫째가 늦은 밤, 안경을 끼고, 아무렇게 묶어 놓은 머리, 고뇌하며 한 문장, 한 문장 만들어 나가는 모습. 둘째가 이미지로 환기도 되지 않는 지하방, 며칠을 안 감은지 모를 떡 진 머리, 정리라곤 하나 안 되어 있는 방 안, 나뒹구는 술병. 보통 생각하는 게 이런 상태이다. 그것이 나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작가의 이미지이다. 작가라는 직업은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로 써먹기도 한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 드라마의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주인공의 친구나 지인 중에 작가가 많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그들은 시니컬하고 직설적이다.
대중에게 노출빈도가 많아진다는 것은 곧 환상에 사로잡히기 쉬워진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티비에선 아름다운 집에서 성공한 작가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책만 내서 먹고 살 수 있는 인세를 벌어들이는 사람이 몇 명일까? 그렇게 성공하는 작가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올 초 요절하신 작가 故 최 고은 씨.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하고 추도의 물결로 인터넷을 달궈 놓았다.
‘시나리오를 쓰지 못하면 돈이 벌리지 않는다.’
‘제작에 들어가기 전까진 작가에게 나오는 돈은 없다.’
‘그녀는 지병이 있었다.’
‘옆집 문에 붙은 남은 밥이라도 있으면 문 두드려 달라.’
그리고 거기에 달린 댓글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32살이면 일해서 먹고 살 수 있잖느냐.’
‘네가 거지냐?’
적은 의학지식으로 이해할 수 없던 그녀의 지병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내가 알고 있는 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장애분류에 제외되기 때문에 장애 연금이나 장애 수당에서 제외된다. 장애 분류표 DSM-Ⅳ라는 것이 있다. 그것을 기반으로 장애 분류가 이루어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15개의 장애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 할 줄 아는 일이라곤 글을 쓸 줄 밖에 모르는 그녀에게 이 일이 생계였다. 게다가 갑상선은 굉장히 중요한 곳이다. 신진대사 조절이 이루어지는 거기가 망가졌으니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아마 글을 쓰면서도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피곤하고, 먹어도 체력이 딸렸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슬쩍 내보이고 만 그녀의 생활고. 그리고 그렇게 지내는 작가들은 부지기수. 최 고은 작가의 요절로 시스템을 뜯어고치겠다더니 조용해졌다. 이러면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우울했다. 나도 내가 동화책이든 뭐든 써서 내가 아끼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게 꿈이다. 그리고 작가로 이름 한 번 남기는 게 나의 최대의 유토피아이다. 현실과 결부되어가다 보니 과연 뛰어들어도 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나도 작가의 꿈을 생각하긴 하였다. 77가지를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생각을 읽어보았다. 참으로 깨알같은 정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이라 그런지 어쩌면 우리나라의 정서와 안 맞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에이전트와의 계약, 책 홍보에 열을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게 과연 우리나라에도 적용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알려지지 않거나 사인회라도 하지 않으면, 책을 알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더 메스컴을 타야 사람들의 뇌리에 남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게 생각이 났는데 작가들의 임금 같은 건 어떻게 협상할까? 월급처럼? 한 편당?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