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숨결
변택주 지음 / 큰나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받고 열심히 읽기 시작하였다. 이런 저런 일로 심신이 지치니 좋은 책도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모든 일이 끝나갈 때쯤 다시 읽기로 마음을 먹고 잠시 덮어두었다. 그리고 3일 연휴를 이용해 마음을 가다듬고 읽기 시작하였다. 몸이 피로하지 않고, 마음도 급하지 않았다. 그저 책에만 몰두 할 수 있었던 3일이었던 것 같다.

법정스님을 추억하며 쓴 이 책을 보면서 법정스님과 연이 닿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새삼 부럽기도 하였다. 이 시대의 유명 인사를 알고 있다는 건 멋진 일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님을 추억하며 글을 쓴 이분이 부러웠다.

이 책은 스님의 평생을 살아오면서 법석이나 책의 일화나 다른 일화를 인용하면서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다. 그래서 법정스님이 미처 하지 못하신 말씀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 같다. 정갈한 책의 표지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 안 내용들. 책은 불교의 정갈함과 청빈함을 책에 담아내려 노력하였다. 특히 간간히 들어있는 사진은 바쁘게 읽어가던 나의 눈을 쉬게 해줄 수 있는 간이역이었다.

흑백으로 처리해 처음엔 ‘이게 뭐지?’라며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하였다. 시력이 퍽 좋지 않아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응시하였다. 안경을 잘 들고 다니지 않는지라 미간은 벌써 여러 개의 냇가를 내어 놓은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냇가 한 줄을 더 만들어 놓았다. 여름에 이 냇가자리로 지하수가 잘 흐를 것 같다. 간이역 사진은 나를 절의 세계로 초대해 주었다. 절이 확실히 나온 건 아니지만 사진에서도 절의 편안함은 마음속에 와 닿았다.

사진을 볼 때 마음으로 느꼈다는 것에 감사를 느꼈다. 아직은 나의 마음이 덜 찌들었음을, 아직은 사진을 볼 때 마음이 닫히지 않았음에 감사하였다. 사회초년생의 마음은 사회생활 고수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어 마음을 닫은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 입사 7개월의 나는 마음을 닫고 지내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는 클로버, 토끼풀을 뜯고 있던 아이의 이야기이었다. 스님은 토끼풀을 뜯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뭣에 쓰려는지 물으셨다. 아이는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스님도 옆에서 자신도 여자 친구에게 선물한다며 같이 뜯었다. 꽃은 뜯지 않았던 스님은 아이가 꽃이 있어야 예쁘다며 꽃을 손에 쥐어준 일화에 감명을 받으셨다고 하셨다. 아이들을 언제나 어리다며 배제시키던 어른에게 자비를 알려준 어린이. 어쩌면 사람을 바라보는 순수한 마음을 아이들에게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이야기이었다.

책을 덮으면 우리는 현실로 돌아간다. 사람들과의 대면으로 우리는 상처입고 화를 낸다. 조금만 우리에게 여유와 이득을 위한 싸움을 조정해 본다면 우리의 마음도 어린이들처럼 평온해질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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