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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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르게 된 건 정말 호기심이었다. 미스터리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성향 덕분이었다. 이전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나 여타 추리소설 작가의 책을 읽는 마음과 다를 바 없었다. 심리적 미스터리도 재밌긴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때는 몰입감이 더욱 강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음이리라.

범인은 다른 사람이 잡혀서 옥살이를 하는 상황. 둘 중 한 명은 옥사했고, 한 명만이 남아 작은 이야기를 주인공 무리에게 이야기해준다. 주인공도 이 사건에 대한 죄책감으로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바로 잡기 위해 나선 스토리.

가벼운 마음으로 넘기던 책장은 어느샌가 구토감과 인상이 찌푸려졌다. 책을 읽으며 한 장 한 장 넘기기 힘든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거 같다. 이 책에서는 범죄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페이지를 할애해 적어두었다. 적나라하게 다 내놓을 수 없지만 아이들의 무서운 시간이 중간중간에 적어두고 있었다. 범죄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 이 부분에서 나의 비위도 멘탈도 상해가고 있었던 거 같다.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린 책이라는 점은 사실이기에 인간의 ‘추악함’이 강조되어 있는 건 각오한 일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세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우리나라에선 이렇게까지 적어 내보낸 책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부적응이라 생각하는 게 빠를 거 같았다.

범죄자의 사고방식과 우리의 사고방식의 다른 점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라는 대상에 대한 인식이 극명하게 갈린다. 보호받고 예쁨 받아야 할 아이라는 게 세간의 상식이라면 소아성범죄자에게는 그저 장난감 정도로 치부되고 있었다. 아니면 나쁜사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고통을 알려준다. 그리고 범죄자는 외로움이라는 무기로 왜곡된 생각의 피라미드를 구축해 나갔다. 이런 범죄자에게 불쌍함을 느끼지 않으나 ‘저 인간은 왜 저러고 살까?’ 하는 생각을 품어본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드는 생각은 ‘인간의 막장은 어디까지인가?’였다. 이미 사건은 일어났고 종결되었다. 더 이상 죄도 물을 수 없는 상태다. 인간이 가장 잔인하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라는 걸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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