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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내 삶에 놓여있는 사람들, 그 관계의 색(色)에 대해,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 살아갈 수 없다고 한다. 실제로도 주변의 무수한 이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데, 그 관계는 실로 다양하고 밀착되어 때로는 어이없도록 한 사람의 인생에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삶을 살아오며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했던 관계, 어린 날의 서툼으로 상처만 남긴 관계, 긴긴 시간이 지나도록 아련함으로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은 관계 등등.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정말 많은 관계의 실이 얽힌 가운데 삶을 살아오고 있는 것이 대다수의 사람일 것이다.
잊고 지내왔지만 희미하게 드리운 관계의 자취를 담담하게 그려낸 일본 작가의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책 제목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를 포함하여 [성인식], [언젠가 왔던 길], [멀리서 온 편지],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때가 없는 시계] 등 여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이 책은 무채색의 필체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체로 디테일이 살아있는 글이 문자의 시각화를 돕는다. 특히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한번 읽고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 독자로 하여금 두근거리며 재독(再讀)하게 하는 매력을 뽐낸다. 눈치 빠른 이들은 혹 앞부분에서 복선을 눈치챌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작가는 이 작품으로 2016년 155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 다섯 작품 모두 각각의 지닌 매력이 다르지만, 이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작가 특유의 디테일과 담담한 문체의 매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된 작품이다.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츠네오는 결국 조제를 떠나갔지만 극의 마지막에 터진 그의 아이같은 울음은 그들의 지난 인연이 츠네오에게 있어 결코 얕지만은 않았음을 역설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의 인연 역시 담담하게 쓰여 있어도 그 짙은 농도를 독자들이 결코 놓치지 못할 것을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