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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
이정하 지음, 김진희 그림 / 생각의서재 / 2017년 11월
평점 :
사랑의 이름으로 몸살을 앓는 그대에게,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의 저자 이정하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차디찬 바람이 매섭고 메마른 나뭇가지를 보며 매일같이 겨울의 도착을 실감하는 요즘, 사랑을 하고 있어도 외롭고, 사랑이 떠나버려서 외롭고, 사랑을 기다리고 있어 외로운 이들에게 보내는 위안으로 더할 나위 없는 책이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울고 웃고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지인 p는 지나간 사람의 흔적에 오랫동안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녀의 주도로 만들어진 술자리에서, 그런 감정의 동요가 너무나 버겁다며 한동안 연애를 쉬고 싶다고 자못 비장하게 선언했다. 그러나 그 얘기를 전해 들은 지 채 6개월이 안된 어느 오후에, 우연히 보게 된 그녀의 SNS 프로필 사진은 근사한 연인과 화사하게 웃고 있는 그녀로 채워져 있었다.
많은 이들이 갖가지 방법으로 저마다의 사랑을 노래한다.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노래에서도, 우리는 주구장창 ‘사랑’ 그, 형체 없는 가치의 부르짖음을 경험한다. 저자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또다시 사랑의 겉모습만 핥을 수밖에 없었다’며 용서를 구하지만, 우리가 닿을 수 있고 그래서 표현할 수 있는 그 범위 역시 사랑의 일부분이다. 사과를 고작 한 입 베어 물었다고, 다 먹지 못했다고 우리가 사과를 먹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그 한 입이 결국은 우리가 느끼는 사과의 맛 전부일지 모른다. 저자는 겸손하게 겉모습이라 표현했지만, 223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스멀스멀 잊고 있던 사랑의 기운이 피어오른다.
본문 중에 “너에게 닿기 위해 내가 했던 무수한 노력들을 알아달라는 것은 아니다/나는 내가 좋아했던 것을 버렸다/ 때론 당장 해야 하는 일조차 뒤로 미뤄야 했다/오로지 너에게 닿기 위해.”란 구절은 나로 하여금 한동안을 생각에 잠기게 했다.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면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그 모든 것이 하찮게 여겨졌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일로 느껴졌다. 맹세컨대,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사랑 앞에 이토록 무력해지는 자신이 바보스러웠던 시간은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그랬던 내 자신이 조금은 구원받았을지 모르겠다.
다가오는 우리의 겨울이 부디 따스하고 눈부시길 바란다. 사랑, 그 찬란한 이름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