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가르침
셔윈 B. 눌랜드 지음, 명희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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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죽음의 형태를 좇아서,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죽음은 모두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기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 쉬운 존재 중 하나이다.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이 없고, 모두에게 처음인데, 또 맞이하면 그걸로 끝인 죽음’. 이 신비롭고도 다분히 경이로운 것에 대한 탐구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에 의해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전 예일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였던 저자 역시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에서 직업상 자신이 겪어온 주변의 죽음에 대해 평소 해왔던 고찰을 찬찬히 풀어놓는다.

 

죽음에는 수만 개의 문이 있다.”라는, 책 첫 장에 실린 글귀처럼 사람은 다양한 길로 죽음에 들어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심장질환, 늙음, 알츠하이머, 살인, 안락사 등에 이르는 가지각색의 죽음의 형태에 대해, 자신의 전문지식을 십분 활용해 평소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자신이 의대 3학년생일 때 처음 직접 마주하게 된 환자의 죽음을 다룬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다. ‘내 환자를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치기 어린 마음에서 마냥 환자가 누운 침대를 쫓아가다가, 시시각각 환자를 조여오는 죽음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황하는 모습, 그리고 안간힘을 써도 이을 수 없었던 생명의 줄 앞에 절로 겸허해져야 했던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각종 의학용어를 비롯한 전문지식이 쉴 새 없이 쏟아지지만, 그건 독자들에게 보다 정확히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와닿게 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는 저술되지 않기에, 일반교양 과학책을 읽어나가는 느낌으로 충분히 독서가 가능하다.

 

책을 다 읽고서야 저자가 향년 83세로 별세했다는 것을 뒤늦게 읽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다뤘던 죽음의 형태 중 어떤 모습으로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을까. 이 책에서 읽어낸 그의 성정으로 보아, 두려움보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후회 없는 최후의 발걸음을 옮겼으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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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씁니다 - 누구나 무엇이든 쓰고 싶게 만드는
우수진 지음 / SISO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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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어지는 책, [에세이를 씁니다]

 

모든 글이 조금씩은 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에세이는 작가의 솔직함이 더 선명히 드러난다. 그래서 다른 장르보다도 에세이는 유독, 책을 읽으며 작가와 친근한 관계를 맺게 된다. 저자가 에세이 작가로서 출간한 두 번째 책인 [에세이를 씁니다], 그래서 글을 사랑하고 에세이를 사랑하는 저자와 한껏 친해지게 되는 책이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책은 글, 특히 에세이를 쓰는 방법을 담백하고 진솔하게 다루고 있다. ‘순간을 붙잡고 에세이를 쓴다라는 말이나, 글을 쓰기 위해 어디에라도 메모한다라는 말 등 지금까지 조금이라도 글을 써왔던 사람이나, 앞으로라도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또 글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게 돕는 따뜻한 조언들이 가득하다. 특히 제삼자의 소중함은 글을 읽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교훈을 저자의 일화에 빗대어 소개하는데, 에세이 작가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될뿐더러 한편의 글 그대로도 재미있게 읽힌다. , 초고와 제삼자의 시선을 거쳐 고친 글을 나란히 실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 점도 좋았다. 글을 쓸 때의 마음가짐이나 처음 글을 쓸 때 도움이 되는 조언 말고도, 원고를 첨부해 출판 기획서를 보내는 등의 실질적인 투고 과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부록의 처음 에세이를 쓰는 사람을 위한 Q&A’에는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에세이를 쓰고 싶고 출간하고 싶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과 그에 대한 저자의 답을 간략히 담아 두었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비슷한 부류의 사람과 대화하길 좋아하는 사람, 에세이를 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그냥 에 대한 글을 읽고 싶은 사람 모두 이 책을 읽고 만족할 듯싶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에 속하는 나는 책을 읽고 한층 용기가 생겼다.

그래요, 잘 할 수 있어요.”라고 어느 친한 언니가 어깨를 두드리는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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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출세욕 먼슬리에세이 2
이주윤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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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재미있는 작가의 생활 에세이,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에세이는 가볍게 읽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미있는에세이, ‘글맛 나는에세이가 좋다. 어쩌면 재미있는’, ‘글맛 나는이라는 수식어가, 에세이라는 글 장르 앞에 붙어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는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에서 출세욕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출판 작가의 에세이다. 간단히 말해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을 쓰며 사는 저자가, 지금껏 어떻게 글과 인연을 이어왔는지를 다룬 게 주된 내용이다. 워낙 재미있게 말을 풀어놔서 그런지 책을 다 읽으니 나 이렇게 지냈어~”하고, 연락이 한동안 끊겼던 친구랑 한바탕 수다라도 떤 기분이다. 드라마 작가가 되려면 다들 거쳐 간다는 방송작가 교육원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편집자와의 귀여운 일화도 미소를 지으며 읽었다. ‘어쨌거나글 언저리에서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는 저자의 문체처럼 담백하고, 또 솔직하게 다가온다. ‘상업 출판에서 살아남기 위해했던 저자의 노력, 또 저자처럼 출판계에 있고 싶은 사람이라면 쏠쏠히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많아 책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다. ‘게으름 부리지 않고, 꾸준히 매일매일, 자신이 정해놓은 분량의 글을 쓰자는 말도, ‘남이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꾸준히 써 놓자라는 말도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꽤 묵직하게 다가올 이야기이다.

 

가끔 자신의 책 리뷰를 찾아본다는 저자, ‘한줄평을 더 신뢰한다는 저자가 혹시 이 글을 읽었을 때 부디 영혼 없는 서평단의 리뷰로만은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래의 글쟁이가 되고 싶었던 독자 1명이 정말 재미있게 읽었으며, 글쓰기에 대한 팁도, 책 출간에 관한 알찬 정보도 알 수 있어서 그대의 책을 읽는 내내 참 즐거웠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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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
정예원 지음 / SISO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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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그리움의 이야기, [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사랑하고’, ‘헤어지고’, ‘살아가고라는, 다소 단순한 제목이 붙은 세 개의 scene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진짜 우리의 시간은 정말이지 저자의 저 구분대로 크게는 사랑’, ‘이별’, 그리고 으로 이어져 있지 않나 싶다.

 

저자는 시종일관 뜨겁지만 차분한 문장으로 를 향한 그리움을 토해낸다. 독백 같은 문장은 한번 읽어보기도 했고, 에세이스러운 문장은 에세이를 읽을 때 으레 그러하듯 가볍게 읽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 번 읽었다. 그렇게 저자와 가까워졌다. 책을 읽고 있자니 저자의 이토록 열렬한 고백을 받는 상대방이 조금 부러워진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저자 못지않은 그리움과 열정도 살그머니 되살아난다. 시적이어서 아름다운 문장도, 평범한 누군가가 가볍게 쓴 듯한 보통의 문장도 모두 모두 진솔하다. 저자가 이 글을 쓰면서 느꼈을 감정, 다는 아니더라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감정에 젖어 나도 모르게 센치멘탈해진다. 안 그래도 생각이 많아진 요즘, 잠이 더 오지 않으면 저자의 책임이라고 해버리고 싶다. 잊고 살았고 잃어버리고 살았던 많은 생각들이 퍼져 나온다. 사랑했던 사람, 떠나간 사람, 내가 떠나버린 사람,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까지도.

 

여담이지만 석양이 진 듯한 표지의 검은 창에는 정말 작은 분홍빛 달이 떠 있다. 제목의 시간은 저런 달이 뜨는 시간이었던가. 그래, 아무려면 어떤가. 그리운 이는 밤에도 낮에도 새벽에도 수시로 떠오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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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
조안나 지음 / 지금이책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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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작가의 이야기, [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

 

오롯하게 글에 관한 이야기,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 글을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어 우선 반갑다. 에세이스트인 저자의 책 제목, ‘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는 독자에게 나도 한번 글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쥐어줄 것만 같다.

 

이 세상에 소설은 없어도 되지만, 소설 같은 것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라는 문장에 동의한다. 소설을 읽지 않아도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은 잘만 살아갈 수 있지만, 아마도 소설 같은 이야기를 전혀 접하지 않고는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오타나 중복이 아니다)은 또한 긴 시간을 살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글은 소중하고 위대하다. 책은 이렇게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면. 글을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고 글에서 위안을 받았던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문장들로 가득하다. 글이 자아실현의 훌륭한 도구라는 의례적인 말도 글만이 평범한 나를 기억하게 할 것이다라는 멋진 말로 저자가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매일 밤 책상으로 출근하는 문장 노동자라는 말보다 작가라는 직업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얼마나 될까? '낮을 잘 보내야 밤은 내 편이 된다',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한 글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도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캐롤에 대한 단상도 반갑다.

 

글과 작가 자체를 다루는 책이라니, 글쓰기를 사랑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선물 같은 책이다. 씩씩하게 육아를 병행하며 오늘도 멋진 문장을 만들어내고 있을 저자의 책은 한낮에 카페에서, 한밤중에 침대 어귀에서 하루의 따뜻한 위로가 된다. 그리고 촉매제도 될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면 글을 쓰고 싶어질지 모른다. 미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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