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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혼자 먹는 밥이 맛있고 혼자 하는 여행의 간편한 기동력을 사랑한다. 그런 한편으로 또 믿게 되었다.
혼자 하는 모든 일은 기억이지만 같이 할 때는 추억이 된다는 이야기를, 감탄도 투덜거림도, 내적 독백으로 삼킬 만큼 삼켜본 뒤에는 입 밖에 내서 확인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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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등장한 수프는 인간의 문화라는 수프다. 새로이 등장한 자기복제자에게도 이름이 필요한데, 그 이름으로는 문화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명사가 적당할 것이다. 이에 알맞은 그리스어 어근으로부터 ‘미멤mimeme‘이라는 말을 만들 수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진gene(유전자)‘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유사한 단음절의 단어다. 그러기 위해서 위의 단어를 밈meme 으로 줄이고자 하는데, 이를 고전학자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위안이 될지 이르겠지만, 이 단어가 ‘기억memory‘, 또는 프랑스어 même‘ 라는 단어와 관련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단어의 모음은 ‘크림 creal의 모음과 같이 발음해야 한다.
밈늬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단지 만드는 법, 아치 건조법 등이 있다. 유전자가 유전자 풀내에서 퍼져 나갈 때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과 같이, 밈도 밈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에는 넓은 의미로 모방이라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뇌에서 뇌로 건너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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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압도적 다수이고, 원한자는 임계 빈도를 조금 넘을 정도이며, 사기꾼도 원한자와 거의 비슷한 수의 조합으로 시작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매우 흥미롭게 진행된다. 우선 맨 처음 벌어지는 것은 사기꾼의 무정한 착취로 인한 봉 개체군의 극심한 감소다. 사기꾼은 폭증하여 최후의 봉마저 사라져 버릴 때 그 수가 정점에 이른다. 그러나 사기꾼에게는 원한자가 남아 있다. 봉이 급격히 감소하는 동안 파주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사기꾼의 공세를 받고 원한자의 수도 서서히 감소하였으나 원한자는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최후의 봉이 죽고 사기꾼이 남을 이기적으로 착취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번에는 사기꾼이 줄어드는 대신 원한자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한다. 원한자의 증가는 꾸준히 여세를 몰아간다. 원한자가 급증하면서 사기꾼은 절멸 직전까지 격감했다가 그 이후 양쪽의 개체 수는 평형을 이룬다. 소수가 된 덕분에 원한 살 일이 적어지는 희소 특권을 사기꾼이 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기꾼은 서서히 그리고 냉혹하게 말살되어 결국 원한자만이 개체군에 남는다. 한 가지 역설적인 측면은, 봉의 존재가 사기꾼의 일시적 번영을 가능케 함으로써 초반에 원한자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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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우리의 몸과 같은 ‘유전자 집합체’에서 이탈된 유전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단백질 옷을 입은 순수한 DNA(또는 이와 유사한 다른 자기 복제 분자)이다. 이들은 예외 없이 기생적 존재다. 바이러스는 도망친 ‘반역’유전자에서 진화한 것으로, 이제는 정자와 난자라고 하는 일반적 운송 수단에 얽매이지 않고 생물의 몸에서 몸이 몸으로 직접 공중을 여행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이 가설이 옳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바이러스의 집합체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이 바이러스의 일부는 상리 공생적현력 관계를 맺고 정자와 난자에 실려 몸에서 몸으로 이동한다. 이들이 관례적인 ‘유전자‘다. 그 밖의 것은 기생 생활을 하고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서 몸에서 몸으로 이동한다. 이 기생 DNA가 정자와 난자에 실려 이동하면 아마도 그것은 3장에서 소개한 ‘모순 덩어리인 여분의 DNA가 될 것이다. 만일 그것이 공중을 떠다니거나 다른 직접 적 수단을 통해 이동한다면 그것은 통상적 의미에서의 ‘바이러스‘다.
그러나 이 내용은 미래에 대한 추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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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의 처음 부분에 나왔던 짝짓기를되돌아가자. 짝 중 어느 쪽이나 이기적 기계로서 동수의 아들과 딸을 ‘바랄’ 것이다. 여기까지는 양쪽의 이해가 일치한다. 이들이 일치하지 않는 점은 자식들 각각의 양육 부담을 누가 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어느 개체든지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자식이 생존하기를 바란다. 자식에 대한 투자량이 줄어들수록 그만큼 자기가 가질 수 있는 자식의 수는 증가한다. 이 바람직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느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 한 가지는, 파트너에게 자식 각각에게 공평한 배분량 이상을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자기는 다른 파트너와 새로운 자식을 얻는 것이다. 이 전략은 암수 누구한테나 바람직한 것이지만 암컷이 이를 구사하기는수컷에 비해 어렵다. 왜냐하면 암컷은 크고 영양소가 풍부한 난자의 형태로 처음부터 수컷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태할 때부터 이미 어느 자식에 대해서건 아비보다 더 깊은 ‘정성’을 쏟는다. 자식이 죽을 경우 어미는 아비보다 더 많은 것을 잃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장래에 새로운 자식을 죽은 자식과 같은 단계까지 키우려면 어미는 아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어미가 자식을 아비에게 맡기고 다른 수컷을 찾아 나서는 전술을 취하면 아비도 별 부담 없이 자식을 버릴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아직 어린 자식을 내버릴 경우, 버리는 것은 어미가 아니라 아비일 확률이 높다. 이와 같이암컷은 처음뿐만 아니라 자식의 생장 전 기간에 걸쳐서 수컷 이상의투자를 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포유류의 경우 자기 체내에서 태아를 키우는 것도 암컷이고, 태어난 자식에게 젖을 만들어 먹이는 것도 암컷이며, 자식의 양육과 보호의 부담을 지는 것도 암컷이다. 암컷이란 착취당하는 성이며, 착취의 근본적인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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